장흥 정남진산업고 윤정현 교사, ‘글로벌 교사상’ 최종 후보 선정 

‘가난하다고 해서 꿈조차 가난할 수 는 없다.’ 장흥 정남진산업고등학교 윤정현 교사는 이 같은 교육관을 30년간 실천해 보였다. 

윤 교사는 올해 ‘교육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글로벌 교사상*'의 '파이널리스트 10인’에 진출했다. 세계 140여 개국 교사들 가운데 기여한 바가 큰, 단 한 명을 선정하는 세계적 권위의 상이다. 윤 교사는 어려운 교육환경에 놓인 농어촌 특성화고 학생들을 산업현장에 맞는 기능인으로 육성하는 데 헌신해 온 점을 높이 평가 받았 다. 그는 현재 기계자동차과 1학년 담임과 부사관반 동아리 지도교사를 맡고 있다. 

수업 중인 윤정현 선생님과 장흥 정남진산업고 학생들

“지난 7월, 주최측에서 저를 취재하러 한국에 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막상 후보 10인 안에 제 이름이 호명되니 감격스러웠습니다.” 윤 교사는 소감을 말했다. 

“28년을 장흥, 보성 등 농어촌 학교에 근무했어요. 교육 여건이 열악한 농어촌 학생들이 도시 학생들과 겨룰 수 있는 건 ‘실력’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각 지역마다 실정에 맞게 방과 후 활동과 동아리 활동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했어요.” 그는 학생들이 정규교육과정 이외에도 자격증 취득과 대회 출전 등을 통해 대외적인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그는 학교 관사에서 머물며 낮이고 밤이고 물심양면으로 학생들을 지도했다. 시험 치를 비용이 없는 제자에겐 돈을 빌려주고, 학교를 야간 개방해 아르바이트 하는 학생들도 언제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개인적인 지원이 어려울 때는 공모사업에 참가하고 장학재단에 의뢰해 예산을 마련했다. 

“일반 특성화고 학생들이 1~3개의 자격증을 취득한다면, 제 학생들에게는 5~10개 정도의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독려 했습니다. 학생이 저보다 잘하는 영역은, 학생에게 지도를 맡겨 서로 도우면서 성장하도록 곁에서 지원했어요.” 친구와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실력을 키우는 기쁨을 알게 되면서, 학생들의 열정은 더 커졌다.

“강요로 일시적인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지속적이진 않죠. 학생들이 스스로 깨닫고 움직일 수 있도록 동기부여 하는 일 이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사회 변화와 취업 정보를 공유했어요. 취업 현실을 잘 알 수 있는 자료를 스크랩해서 상담 때마다 알려주고, 인터넷이 활성화됐을 때는 블로그를 개설해서 상시로 소통했죠.” 그는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인 비결이 상황 공감과 진솔한 대화라고 했다.

윤정현 교사

윤 교사는 학생들과 지역아동센터, 양로원 등으로 꾸준히 봉사활동을 다녔다. 남을 도우며 자긍심이 커지고, 배려심을 배우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제자들은 실력뿐 아니라 바른 인성을 인정받았다. 각 영역에서 대통령상, 장관상, 도교육감상을 해마다 휩쓸었고, 대한민국인재상도 4명이나 받았다. 그는 좋은 실적을 낸 학생들도 자랑스럽지만,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사회에서 제 몫을 다하고 있는 제자들이 고맙고 애틋하다고 했다.

“가정 형편 때문에 고등학교 3년 내내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던 제자가 있었어요. 힘들어도 자격증 13개나 땄어요. 덕분에 졸업 후 바로 부사관에 합격했죠. 꼭 전공을 살리지 않더라도, 대기업에 입사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최선을 다해 떳떳하게 살아가고 있는 모든 제자들이 자랑스러워요.”

윤정현 교사는 정년까지 2년이 남았다. 이젠 몸이 마음처럼 움직여주지 않지만, 교육에 대한 열정만큼은 20년 전과 동일하다. “글로벌 교사상 받고 싶죠. 상금이 12억 원이나 되니까요. 그 돈으로 우리 농어촌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게 많거든요. 학교를 떠나도 지역 학생들 지도하면서 곁에서 힘이 되어주고 싶어요.”

글 김우리 · 사진 김현

* 글로벌 교사상 

‘글로벌 에듀케이션 매니지먼트 시스템 스(GEMS)’ 그룹 산하 바키재단(Varkey Foundation)이 2015년에 제정한 상. ‘ 교육계 노벨상’이라 불린다. 올해 전 세계 140여 개국, 1만 2천여 명의 교사들이 지원했다. 교사, 교육 전문가, 언론인, 기업인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교육에 기여한 훌륭한 교사를 선정한다. 상금은 미화 100만 달러(12억 원). 위원회는 ‘파이널리스트 10인’을 대상으로 심사를 벌여 12월께 최종수상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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