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학교에 가다_ 놀이로 소통하는 구례 ‘용꿈터 마을학교’

망줍기를 즐기는 학생들. 망줍기는 ‘팔방’이라고도 부르는데, 1번부터 8번칸을 순서대로 돌을 던져놓고 깨
금발로 찾으러 갔다 주워 돌아오는 놀이다

“뒤집어라 엎어라” “가위 바위 보” 
편 먹기가 끝난 아이들은 각자 자기 비석을 들고 놀이판 곁에 섰다. ‘망줍기’가 진행될 모양이었다. 망줍기는 ‘사방’, ‘팔방’이라고도 부르는데, 1번부터 8번 칸을 순서대로 돌(망)을 던져놓고 깨금발로 찾으러 갔다 돌(망)을 줍고 다시 깨금발로 돌아오는 놀이다. 

‘망줍기’와 마찬가지로 ‘산가지놀이’, ‘고무줄놀이’, ‘비석치기’들은 지금 아이들에겐 이름조차 생소한 전래놀이들이다. 코로나19로 몸과 마음이 움츠러드는 요즘이지만, ‘용꿈터 마을학교’는 전래놀이를 통해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용꿈터 마을학교는 용방초 학부모들이 주축이 되어 지난해 출범했다. 학부모들은 용꿈터의 가장 중요한 열쇠말로 ‘놀이’를 꼽았다. 용방초는 전교생이 50명뿐 인 소규모 학교인데다 학생 3분의 2 이상이 다른 마을에서 통학하고 있어 구성원들 간 만날 수 있는 접점이 필요했다. 이러한 고민 끝에 떠올린 답이 ‘놀이’였다.  

용꿈터는 올해 3명의 운영진이 ‘전래놀이 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해, 전래놀이를 전수 중이다. 전래놀이를 배우고 익히면서 ‘놀이의 주인’으로 서고, 전래놀이를 매개로 아이들과 어른들이 세대간 대화할 수 있길 바랐다. 

피구에 열중인 아이들. 마을학교 앞마당엔 맨손놀이를 할 수 있는 놀이공간들이 많다. 

“전래놀이는 방법과 규칙을 이해하면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학교가 아닌 공간에서도 친구들과 함께 어우러져 놀 수 있다는 점이에요. 지금 하고 있는 망줍기도 준비물이 따로 필요 없잖아요.” 전래놀이 강사로 나선 김은정 씨가 설명했다. 또 “실내·야외 상관없이 즐길 수 있어서 요새 같은 코로나19 시대에 매우 유용한 면이 있지요”라고 덧붙였다. 

전래놀이는 놀이 인프라가 부족하고 학생들이 서로 외떨어진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는 훌륭한 ‘소통’의 다리가 되었다. 긍정적 효과를 미리 예측한 용방면 주민 센터는 사무소 위층을 용꿈터에 내주었다. 용꿈터는 주민센터를 거점으로 성장했다. 

첫 해 용꿈터는 마을 놀이터를 만드는 일에 주력했다. 놀 공간을 마련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용방초 학부모이기도 한 이원희 대표는 공간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했다. 

“놀이터 공간 마련은 행정기관의 협조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여러 행정절차가 필요했거든요. 유휴부지라 하더라도 장소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군, 면의 허가가 필요했습니다.” 마을학교의 열심과 진심은 지역 사회의 응원으로 돌아 왔다. 놀이터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된 것. 

용꿈터는 이 공간을 학생들과 함께 꾸몄다. 학생들은 구례의 7개 면·읍을 돌며 놀이터를 탐방했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내놓았다. 지금 의 용꿈 놀이터는 학생들이 직접 내놓은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용꿈터 마을학교 운영진들

용꿈터 마을학교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주말마다 특별한 놀이를 연다. 둘째 주에는 전래놀이 활동, 셋째주에는 구례의 둘레길을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정화 활동, 넷째주에는 영화동아리 활동을 정례화했다. 놀면서 소통과 협업, 나눔을 자연스레 체득할 수 있는 구성이다. 

“아이들이 다양한 놀이의 경험과 과정 속에서 소통과 협력의 힘을 길렀으면 좋겠습니다. 놀이에서만큼은 승자와 패자 없이 서로 다 같이 어우러지는 경험을 나눌 수 있도록 용꿈터 마을학교가 든든하게 지원해주고 싶어요.” 이원희 대표가 말했다.

김우리  사진 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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