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장석웅 교육감에게 묻다

5월 21일 장석웅 전남교육감과 대화를 나눴다. 민선3기 3년차 ‘진보교육감’과 함께 전남교육의 성과와 미래를 종횡무진 살핀 자리였다. 이날의 대화를 간추려 소개한다. 대담자_ 이정우<KBC 시사프로그램 ‘따따부따’ 고정 패널>

(좌) 장석웅 전라남도교육감, (우) 이정우 KBC시사프로그램 따따부따 고정 패널
(좌) 장석웅 전라남도교육감, (우) 이정우 KBC시사프로그램 따따부따 고정 패널

 

이정우(이하 이)_ 민선3기 전남교육 슬로건이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이다. 무슨 뜻인지, 철학과 방향을 소개해 달라.
장석웅(이하 장)_ 모든 아이는 소중하다. 또 모든 아이는 특별한 존재이다. 모든 아이는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한다. 이 세 가지 측면을 함축적으로 통합해 표현한 슬로건이다.
이_ 나는 7~8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세대다. ‘포기’라고 하면 자퇴나 퇴학처럼 학교 밖으로 나가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그런 ‘포기’만을 뜻하는 것 같지는 않다.
장_ 소위 ‘사고뭉치’ 아이들을 학교 밖으로 내보내지 않겠다는 소극적 의미를 포함해서, 앞서 말한 세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아이들의 성장발달을, 아이들의 특성을 고려해 누구도 빠짐 없이 최대한 지원한다는 적극적이고 넓은 의미이다.
 

이_ 평소 교육감님의 발언을 보면, 자립형 사립고나 외국어고 등 특별한 교육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_ 소수 영재가 사회를 끌어간다, 수백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은 철 지난 신화라고 생각한다. 모든 아이들은 각자 특장점을 갖고 있다. 그간의 제도교육에서 잘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나는 다양한 수업, 다양한 체험을 통해서 그 특장점이 학교생활 속에서 드러나게 해주고 싶다. 모든 아이들에게 자기 특기를 발견할 수 있는 수업과 체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이_ 전쟁 이후 고도성장기에는 인재 몇 명이 다수를 먹여 살린다는 그런 교육이 어느 정도 정당성을 가졌다고 본다. 지금은 모두를 위한 교육이 적합하다고 본다. 이를 시대상 변화로 봐야할까, 절대 원칙으로 봐야할까.
장_ 시대 변화와 관계가 깊다. 그때는 대량 생산 산업사회의 수요에 맞는 정형화된 대량교육으로 산업현장에 인력을 공급했다. 이 교육이 경제개발 시대를 뒷받침한 측면이 있다. 지금은 사회가 엄청나게 다변화했고 다양한 인재가 필요하다. 아이들을 위해서나 국가를 위해서나 다양한 재능과 장점을 발견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뗏목을 타고 이미 강을 건넜다. 뗏목을 메고 산으로 올라 갈 수는 없다.
 

이_ 교과 공부에서 경쟁력 있는 아이들을 길러달라는 요청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장_ 그 역시 현실적이고 당연한 요구이다. 문제는, 공부 잘하는 소수 학생들에게 모든 특혜가 주어져 다수 학생들이 혜택에서 소외된 점이다.  좋은 대학을 가면 졸업할 때까지 지자체에서 장학금을 주고, 생활편의도 전폭 지원한다. 지자체의 미래를 위해서 결코 바람직한 정책은 아니다.
이는 그 우수한 아이들을 지역으로 돌아오지 말라고 등 떠미는 것과 같다. 지속가능한 전남의 미래를 위해서는 아이들이 지역에 터 잡고 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소위 ‘명문대학’을 간 아이들을 지원하듯이, 특성화고 아이들도 지자체가 똑같이 지원해줘야 한다.

 

 

“대입과 사회진출 모두 중요해”
 

이_ 대학입시가 교육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아주 중요한 부분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전남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장_ 전남 아이들의 90% 이상이 정시가 아닌 수시전형으로 대학에 간다. 수시-정시 적합성 논란이 있긴 하지만 대학입시 기준은 수시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시에서는 아이들의 다양한 활동과 성장기록이 생활기록부에 기록된다. 교과성적도 중요하지만 전남의 경우 수시전형에 최대한 도움이 되도록 고등학교에 관련 프로그램을 요청하고 지원하고 있다. 대입의 다른 말은 사회 진출이기도 하다. 전남 고교 15% 정도가 특성화고이다. 이 학교 학생들은 취업문제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우리 교육청은 지자체, 지역의 선도 기업체와 협약을 맺고, 실습과 취업이 연계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 아이들은 졸업 후 대부분 지역에서 정착해 살아간다. 지역을 지키는 아이들이다. 젊은 인구의 유출이 심한 상황에서 이런 아이들을 위한 집중적 노력이 필요하다. 전남의 경우 대입과 사회진출 모두 같은 무게로 중요하게 접근하고 있다.

이_ 광역시교육청은 학생들만 보고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전남교육청은 지역을 살리는 문제까지 안고 있다.
장_ 맞다. 교육감이 된 이후 가장 큰 생각의 변화는 ‘지역과 함께하지 않으면 교육에 미래가 없다, 지자체도 교육과 함께하지 않으면 지역에 미래가 없다’는 점이다. 지자체도 미래교육협력센터 등 교육청과 함께 지역교육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협력해 추진하는 단위들을 만들고 있다.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역문제가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다. 2018년 통계로 구례군의 경우 1년간 신생아가 27명이었다. 5~6년 후면 구례는 읍에 초·중·고 각 1개씩만 남을 수준이다. 지역을 살리려면 학교가 다양하고 매력적인 프로그램으로 인구유입을 견인해야 한다. 전남은 자연환경의 강점이 크고, 학급당 학생 수가 적고 교사의 수준도 높다. 지역 생활인프라는 좀 떨어지지만 학교가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해서 매력 있는 작은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도시민들이 학교를 찾아서 오도록 해야 한다. 내가 특히 관심 갖는 부분은 광주 인근, 전남 5개 시와 맞닿은 농촌의 소규모 학교들이다. 작은 학교들이 특화되고 경쟁력을 확보하면 광주 학부모들이 학생을 보낸다. 실제로 여수·순천·목포 인근에 학생 수가 늘어난 학교들도 있다. 무안 일로동초의 경우 학생수 8명 중 2명이 남악신도시에 사는 1학년 아이들이다. 전남 에듀택시를 타고 통학한다.
 

이_ 전남교육청의 에듀택시 정책을 소개해 달라. 전국 최초의 모범사례로 알고 있다.
장_ 농어촌 학교 살리기 취지에서 추진했다. 버스에서 내려 집까지 1㎞ 이상 걸어가는 아이들, 또 버스를 1시간 이상 타야 하는 아이들 등을 대상으로 운영한다. 작년 5월에 7개 시·군에서 시범사업을 했다. 성과가 좋아서 21개 시·군으로 확대했다.  지자체와 예산을 절반씩 부담해 모두 350대 정도를 운행하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쉬고 있고, 긴급돌봄을 받는 유치원과 초등 아이들 일부를 태우고 있다. 에듀택시는 전국적 모범사례로 여러 시도 교육청이 벤치마킹을 문의하고 있다.(‣관련기사 7쪽)


이_ 앞으로 인구정책은 출산으로만은 어렵다. 지금은 국제 이주가 인구 구성 원리의 하나가 되고 있다. 전남은 다문화가정이 특히 많다. 그 부분에 대해 교육청의 활동이나 정책 기준을 설명해 달라.
장_ 전남 다문화학생 비율이 유·초·중·고 평균 약 4.5%가 된다. 초교는 7%가 좀 넘는다. 지역별로 차이가 크다. 1학년 입학생 전원이 다문화 학생인 곳도 있다. 갈수록 다문화학생의 비중이 커질 것이다. 5년, 10년 정도 지나면 우리도 프랑스처럼 다문화국가가 될 것이다. 다문화학생들에 대한 다양한 배려뿐 아니라 일반 아이들과 교사들을 위한 다문화감수성 교육도 중요하다. 중도입국 다문화학생들도 있는데 그 아이들이 사각지대에 머물기 쉽다. 모두 한 식구로서 잘 살아갈 있으려면 어느 한 쪽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다문화감수성을 길러야 한다. 그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교사들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지원”
 

이_ 전국 교육감 직무수행 1등을 자주 하시더라. 1등을 좋아하지 않으실 분 같은데(웃음). 조사라는 게 사실 변수가 많긴 하지만, 분명 이전에 비해 남다른 평가를 받는 것 같다.
장_ 저도 조사결과를 그다지 믿진 않는다.(웃음) 교육감이 된 이후 겨우 1~2달 지났는데 직무수행 평가를 하더라. 이제 시작해서 아직 한 것도 없는데 내가 무슨 1, 2위야, 조사가 맞나 싶더라.
그런 점에서 별로 신뢰가 가진 않는다.(웃음) 어쨌든 교육감 선거 때부터 계속 이야기했던 내 정책의 지향점, 즉 소중한 우리 아이들을 차별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미래인재로 키워내겠다는 정책 방향성에 동의하고 기대를 보여준 것이라 생각한다. 이게 말 그대로 참고자료인데 하위권으로 평가된 교육감이나 단체장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나 보더라. 비결을 이야기해 달라는 문의가 오기도 한다. 아쉽게도 비결은 잘 모른다.(“실제로 홍보비결을 묻는 공문을 보내오기도 한다”_ 주무관)
이_ 좌우지간 1등이 되기 위한 특별한 노력은 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장_ 그렇다. 현장의 교사들이 교육감을 신뢰하는 게 중요하다. 교사들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게 하는 게 최우선이다. 그래서 나는 학교 조직문화를 바꾸려고 노력했다. 어렵고 힘든 교육행정을 최대한 줄이려고 했다. 학교지원센터 등을 만들기도 했다.(‣관련기사 11쪽) 그 부분에서 교사들의 신뢰가 어느 정도 생겨났다고 보는데, 이게 학부모들의 신뢰로도 이어진 게 아닐까 생각한다.

이_ 교육감님은 현대사에서 가장 치열하고 복잡했던 70~80년대를 관통해 오셨다. 학생일 때는 학생운동, 교사가 돼서는 전교조 전국위원장 활동까지 했다. 지난 시절들이 어떤 영향을 줬는지, 지금 어떤 행동지침으로 작용하는지 궁금하다.
장_ 같이 열심히 활동하다가 먼저 간 친구들, 동료들이 있다. 그들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
1980년 5·18 때는 보성 율어중에 근무하고 있었다. 숙직 중인데 두 사람이 밤에 찾아왔다. 과 후배와, 지금의 아내가 된 당시 내 여자 친구였다.
광주의 흉흉한 이야기를 소문으로만 듣다가 두 사람에게 직접 들었다. 같이 숙직실서 자고 나서, 동지들이 그렇게 싸우고 있는데, 광주에 올라가자 싶어 광주로 향했다. 자세한 내용을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결과적으로 광주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어쨌거나 나는 그 때를 피해서 목숨을 구걸한 셈이었다. 그런 빚을 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고 앞장서기로 했고, 여기까지 왔다. 교육운동 1세대 출신 교육감으로서 새로운 교육에 대한 열망을 실현해야 하는 지점에 와있다. 수많은 동료, 선후배들의 희생에 보답해야 한다. 그게 지금까지 나를 규정하고 있다.


이_ 햇수로 3년 정도 재직하셨고 임기의 2년 정도가 남은 셈이다. 3년간 집중한 것과, 남은 기간 집중할 것을 굵직한 것 위주로 소개해달라.
장_ 가장 중요한 건 수업이다. 행정조직이나 교육청은 수업을 지원하는 기구이다. 그런데 군림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지원이라는 본질대로 가야 한다. 학교지원센터를 개편하는 등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작업을 지난 2년 동안 했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수업을 돕는 행정혁신 기조를 유지할 것이다. 남은 기간 동안은 미래교육 준비를 시작하려고 한다. 나는 미래교육을 많이 이야기해왔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처음 언급된 때가 2016년 다보스포럼이었다. 기념비적인 해라고 생각한다. 그 시기에 이세돌과 알파고와의 대국을 계기로 인공지능(AI) 이야기도 나왔다. 이미 우리는 4차 산업혁명으로 진입했고, 인공지능으로 어마어마하게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다양한 기술문명을 활용한 미래교육의 필요성도 커졌다. 사회가 이렇게 급변하고 있는데 아직도 자사고 이야기나 진영논리 목소리가 크다. 정말 해야 할 일을 못하고 있다.
전남 학생들은 어느 학교든 50~60명이 되면 소프트웨어실에 가서 활동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전공교사보다 더 잘한다. 창의융합적인 교육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전남에서 창의융합교육을 잘하면 그게 경쟁력이 되고, 결국 지역과 교육을 살릴 수 있지 않겠나. 이런 부분에 역량을 투입하는 데서부터 미래교육이 시작 된다. 남은 기간 동안 집중할 분야다.

 

장석웅 교육감
장석웅 교육감

 

“변방의 혁신모범 창출이 전남교육의 방향”


이_ 광역시는 교육환경이 균질한 반면, 전남의 교육환경이 매우 다양해서 교육의 새로운 상을 창조하고 제시하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과감한 실험과 도전을 해봐도 좋을 것 같다.
장_ 새로운 혁신은 변방에서 시작된다, 전남에서 시작해보자, 이런 생각을 늘 했다. 얼마 전 화순 이서중 옛터를 둘러보고 나오는데, 그 앞에 빵집이 있더라. 그 집 벽에 ‘혁명은 변방에서 북상한다_레닌’ 이라고 적혀있더라. 어,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보면 나도 ‘빨갱이’라 하겠네, 그랬다(웃음).
이_ 권력이 집중된 중앙에서 멀다는 것은 그만큼 자율성이 높아 주체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교육감님이 강조한 교육의 자치 분권과 연관이 깊다고 본다.
장_ 문제의식이나 창의성이 아무리 좋아도 중앙조직으로 올라가면 이상한 결론으로 나오곤 한다. 지역의 문제는 지역민들이 가장 잘 알고 답도 가지고 있다.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보충성의 원리에 따라 중앙조직 또한 지원체계로 바뀌어야 한다. 지방자치, 교육자치 모두 이런 맥락에서 시행되었다. 변방의 혁신모범 창출이 전남교육의 방향이다.


이_ 마지막으로 마무리 말씀 부탁한다.
장_ 그간 인터뷰 중 오늘이 가장 ‘빡센’ 것 같다(웃음). 모든 아이들을 빠짐없이 챙기고 미래를 준비하는 전남교육청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 교육가족 여러분께서 많이 지켜봐주시고 날카로운 제안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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