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_ 한국 민중항쟁답사기(글 이혜영)

한국 현대사에서 광주·전남 민중들은 부당한 권력에 맞서 어느 곳보다 치열하게 싸웠다. 처음에는 외로웠던 싸움이 나중에는 전국으로 번졌다. 우리 사회가 점점 나아지고, 전세계의 모범이 되는 민주국가로 발돋움한 밑바탕에는 광주·전남 민중들의 역사적인 헌신이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역사를 지역의 숨결을 담아 기록한 저작은 여태 나오지 않았다. 우리나라 전체 민중사의 일부분으로 간략하게 소개되거나, 특정 사건 하나만 건조한 기록물로 남는 식이었다.

이혜영 작가가 쓴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광주전남 편>은 ‘사건 개요’에 머물지 않는다. 사건의 ‘건조한 기록물’에 그치지도 않는다. 관련자들을 만나 직접 대화를 나누고 ‘역사’의 공간에 찾아가 당대의 분위기와 사연들을 회고하는 방식이다. 역사의 심층에 자리 잡은 ‘사람과 땅’, 공간의 생생한 목소리를 탐색하는 답사기인 것이다.

책은 한국전쟁 전후부터 1990년 이전까지, 광주·전남에서 벌어진 중요한 민중항쟁을 담고 있다. 여수·순천 사건, 함평 고구마 피해보상 투쟁, 전남대 ‘교육지표’ 사건, 들불야학 사람들, 5·18민중항쟁, 나주 수세거부 투쟁, 조선대 학원민주화 투쟁, 전남대 오월대와 조선대 녹두대 등의 이야기가 새겨져 있다.

탐색의 결과는 이렇다. 광주·전남의 어떤 사건도 우연인 것은 없다. 민중들의 치열한 고민과 과감한 실천이 있었다. 크고 작은 조직이 생물처럼 움직였다. 성공과 실패가 교차했다. 과거의 그 경험들은 오늘을 거쳐 미래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책의 한복판에서 작가는 “눈에 보이는 풍경 어디에나 사연이 깃들어있다.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비범한…”이라고 썼다. 그러니까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광주전남 편>의 답사 여정은 광주·전남의 땅과 사람들이 평범하면서도 위대하다는 것을 확인해가는 과정인 셈이다.

저작권자 © 전남교육소식 함께꿈꾸는미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