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 주제학습 프로그램
삶터 중심 ‘마을에서 배우다’ 운영
주민 구술받고 당시 판결문 조사

전교생이 27명인 작은 학교, 장흥 장평중학교(교장 김인순)이 1학년 자유학년제 주제학습으로 ‘마을에서 배우다’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학생들은 ‘우리동네 항일 역사를 찾아서’를 주제로 취재 활동을 하고 신문으로 제작했다.

학생들은 2개월 동안 마을을 찾아가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말씀을 직접 녹취했다. 장평면사무소와 장흥문화원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마을의 항일운동 흔적을 찾아다니며 마을 어르신들을 인터뷰했다. 농사일로 한창 바쁠 때인데도 주민들은 기꺼이 시간을 내어주었다. 뿐만 아니라 상다리가 휘어지게 음식을 차려 놓고 반겼다. 1학년인 9명의 학생들은 무엇을 조사하고 질문할지를 스스로 선택하고 실천하며, 마을 기자로 성장했다.

“1921년 6월 초순경에 ‘간바리’ 라고 불린 일본인 뽕밭에서 구례댁이 뽕잎을 따다가 총에 맞아 숨져 동네사람들이 항의했다고 들었어요. 그때 항의하던 사람들이 끌려 감옥에 갔다고 하던데요.” 박세준 학생이 이야기를 꺼내자 여기저기서 할머니들이 앞다퉈 기억을 불러내었다.

“시집 와서 우리 시엄씨(시어머니)한테 들었는디, 뽕 따러 갔다가 일본놈이 죽여 부렀다고 그라등마. 뽕잎 좀 땄다고 사람을 죽이먼 쓰것는가. 사람이 죽었으니 동네가 난리가 났제. 그란디 그때는 일본놈들 시상이라 일본 의사가 와서 타살이 아니라 뇌출혈, 병으로 죽었다고 거짓말을 했어. 그랑께 동네 사람들이 들고 일어났제. 그란디 다 잡어가서 징역 살리고, 동네가 망해부렀어. 지금이라도 명예회복을 하먼 좋것구만.” 당시 선조들을 회상하는 마을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묻어나왔다.

1학년 문아영 학생이 그린 우리마을 독립운동가들
1학년 문아영 학생이 그린 우리마을 독립운동가들

학생들은 또 마을에 살던 세 분의 항일운동가들의 판결문을 찾아 100년 전의 항일 의병 투쟁 역사를 되살렸다. 1학년 문아영 학생은 “우리 고장에는 동학농민혁명 외에는 없는 줄 알았는데, 바로 내 옆 가까운 마을에 의병활동을 했던 분이 계신 줄 몰랐다”며 만나고 들었던 내용들이 신기하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1학년 권시온 학생은 “82세의 최장석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 조상님들이 얼마나 힘들고 어렵게 우리나라를 지키셨는지 알게 되었고, 그분들의 희생 때문에 우리가 오늘 이렇게 평화롭게 살고 있는 것 같아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백 번 말하는 것보다 한 번 경험해 보는 것이 살아있는 교육이다’ 라는 말이 있다. 살아있는 교육은 삶의 터전 위에 있다. 산골마을 작은 학교, 장평중은 학생, 학부모, 주민, 교사들이 연대한 교육으로 ‘살아있는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그 행보는 ‘우리 마을의 달인 찾기’ 활동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저작권자 © 전남교육소식 함께꿈꾸는미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