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33명이 1권씩 그림책 출간
출판기념회 열고 출판사와 정식 계약
‘나도 작가되기’ 프로젝트 진행 성과

“좋아해서요.”
이유가 간단했다. 11월 8일 오전, 곡성 삼기초에서는 신진 작가들의 출판기념회가 한창이었다. 작가는 33명의 삼기초 학생들이었다. 어른들이 책을 쓴 이유를 물으면 아이들은 ‘당연한 걸 묻네’ 하는 눈빛으로 대답했다. “게임이 재밌어서요.” “꽃을 좋아해서요.” “학교가 즐거워서요.” 대상은 달랐지만 저자 의도가 너무 분명해서 책 내용도 선명했다. 그래서 읽고 나면 마음이 행복해졌다.


“다 읽어 보고 싶은데 약속이 있어 가봐야 해요. 아이들의 기발한 생각들이 녹아 있는 책들이 많으니 천천히 둘러보고 가셔요.” 4학년 꼬마 작가의 어머니, 박성연 씨는 아쉬워하며 길게 전시된 책들을 손으로 가리켰다.

학생들의 기발한 상상력에 반한 이는 또 있었다. 출판사가 ‘비위약한 도마’의 저자 김승찬 군과 정식으로 출판 계약을 맺은 것. “매일 음식을 자를 때 쓰였던 도마가 실상 비위가 약한 아이일 것이라는 발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저도 저희 작가들도 승찬 군의 상상력에 반했죠.” 작가의 탄생 김용환 대표가 말했다. “비위 약한 도마가 시중에 나오면 많은 사람이 읽고 웃어주었으면 좋겠어요”라고 김 대표는 덧붙였다.

삼기초는 올해 동화작가 윤미경 씨와 ‘나도 작가되기’라는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했다. 출판기념회는 1년 간 쓰고 그린 학생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꼬마 작가들은 학부모, 교직원, 지역 주민들을 초청해 자신의 그림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을 소개하고 저자 사인회도 가졌다. 정성스럽게 사인한 책들은 지역 도서관에 기증되었다.


삼기초는 특색교육으로 3년째 책 만들기를 하고 있다. 학교에서 키운 수박 이야기가 담긴 수박그림책과 동시집 ‘시는 언제나 내 편이야’를 발간했다. 학교가 꼬마 작가들의 요람인 셈.


“책을 만들면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많이 해요.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관심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런 대화의 과정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2학년 담임이자 동화작가인 김점선 교사가 말했다. “스토리가 절반 이상 왔는데 갑자기 다른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엎기도 하고, 중간에 못하겠다고 펜 놓는 학생들도 있었지요. 그래도 막상 출판되니까 못하겠다고 한 학생들이 제일 좋아했어요.” 마냥 순탄치는 않았지만 학생도 교사도 성취감은 확실하다고.

도시에서 이사 온 지 몇 달 되지 않은, 양희재 학생(2학년)은 그의 책 ‘신기한 학교에 전학왔다’의 마지막 장을 이렇게 맺었다. ‘오늘은 참 재미있었다. 빨리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 학교에 가고 싶다’고. 작지만 특별한 곡성 삼기초로 다시 학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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