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캠핑장 운영지기 정덕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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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캠핑장 운영지기 정덕진 대표

 

홍길동테마파크 안에 있는 휴파크 오토캠핑장

장성군 홍길동테마파크 안 ‘휴파크’는 야외의 낭만과 집의 편안함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공간이다. 카라반 20동, 글램핑 1동, 돔하우스 4동이 준비되어 있다. 누군가에겐 조금 낯선 단어일 수도 있는 이 이름들은 모두 캠핑용 집이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캠핑 인구는 700만 명에 육박한다. 2019년 600만이었던 것이 두 해 만에 100만 명이나 늘었다. 눈이 번쩍 뜨이는 증가세다. 코로나 여파로 발이 꽁꽁 묶였던 사람들이 가족이나 지인 등 소규모 단위, 비접촉 방식으로 여행하는 캠핑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TV나 SNS에서 유명인들의 캠핑 장면이 ‘감성’ ‘낭만’의 이름으로 자주 소개되면서 수요를 수직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정덕진 대표

다소 복잡한 캠핑카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차와 캠핑시설이 일체형인 ‘모터홈’ 방식과 차가 숙박시설을 견인하는 ‘트레일러’ 방식이다. “트레일러는 엔진으로 구동되는 차에 끌려가는 장치를 말합니다. 이 트레일러 안에서 식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 카라반이에요.” 정덕진 장성 휴파크 대표의 설명이다.

정 대표의 일주일은 아주 바쁘다. 남들이 쉬는 주말에 일하고, 남들이 일하는 평일에는 카라반을 청소하고 보수하는 일을 한다. 캠핑 트레일러는 사람들이 집처럼 먹고 자고 쉬는 공간이어서 자체 세탁소를 운영할 정도로 위생에 각별하게 신경을 쓴단다.

그나마 평일은 숨돌릴 여유가 있지만, 공휴일은 집안의 경조사조차 챙기기 어려울 정도로 바삐 돌아간다. 설이나 추석 명절이 오면 휴파크 캠핑장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인근 친척집을 순회하는 가족들의 모습도 이제는 전혀 낯설지 않은 풍경이라고, 그는 말한다. 

오토캠핑장 운영의 필수 자질을 묻는 질문에 ‘안전 민감증’이라고 말한다. “캠핑은 한 마디로 불놀이에요. 불씨를 살려 고기를 구워 먹고, 겨울에는 우물 정井자로 장작을 쌓아서 몸을 덥히고 불구경을 하는 일이죠. 그래서 캠핑장을 운영하는 사람은 수시로 현장을 돌며 불씨를 점검해야 합니다” 라고 강조한다.

특히, 증권가 사람들의 경우 자기 키보다 큰 불을 피워야 복이 온다는 믿음을 가진 경우가 있으니 각별히 주의를 필요로 한다고. 냉난방이 완비된 시설 안에서 과도하게 개인 난방기를 사용해 화재가 나거나, 실내에서 문을 닫고 숯불을 피우고 음식을 구워먹다가 질식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경이 곤두서는 일이지만 캠핑장을 운영하는 보람도 크단다. “어떻게 놀 줄을 몰라서 쭈뼛거리는 아이들에게 비눗방울 만드는 법, 숯불에 꼬지를 만들어 먹는 법 등을 알려줄 때가 가장 뿌듯하다”며, “손님들이 자신의 캠핑장에서 찍은 추억의 사진을 SNS 등에 공유해줄 때도 기분이 좋다”고 웃는다. “호남에서 우리 오토캠핑장 예약율이 최고예요” 라고 말하는 그는 “1년에 20번 넘게 오는 손님도 있을 정도로 단골이 많다”고 자랑한다.

캠핑장 비즈니스의 가능성, 무궁무진

정 대표는 캠핑 트레일러 제조 회사인 ㈜우인모빌의 대표이기도 하다. 장성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 한 대학의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무역회사에 취직했다. 해외에 반도체와 IT 제품을 판매하면서 국제 전시행사나 박람회 등을 자주 볼 기회가 있었다. 

정 대표의 눈에 캠핑 트레일러가 들어온 것은 2008년경. 세계 금융위기 당시, 담보로 맡겨졌다 차압당해 헐값으로 나온 고급 보트와 카라반 등을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여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정 대표는 이런 것을 한국에 들여와 여가문화를 조성하면 사업성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2003년 아내와 함께 뉴질랜드에서 1년간 살면서 친환경 캠핑을 접한 경험도 캠핑 사업에 뛰어들게 만든 요인이었다. 이 때문일까, 잘 나가던 무역회사를 정리하고 캠핑 사업을 하겠다고 했을 때 아내도 전혀 반대가 없었다고. 캠핑 트레일러를 수입하던 정 대표는 이내 제조에도 뛰어들었다.

서양에서 들여온 대형 트레일러들은 한국의 현실에 맞지 않았다. 높은 산악지형이 많고 곡선 도로가 대부분인 한국의 도로 사정 때문에 여기저기 걸리고 흠집이 났다. 좌식문화와 온돌을 선호하고, 바비큐와 찌개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의 감성에도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형 트레일러 개발이 절실하다고 느꼈다.

정 대표는, 30대에 캠핑 트레일러 제작에 뛰어들었다. 한국에서 이 분야의 선구자였던 원로들은 젊은 정 대표의 배움을 향한 열정과 노력이 기특해서 많은 도움을 줬다고 한다. 그렇게 제조 기술을 확보한 정 대표는, 당시 캠핑 강국이었던 독일과 이탈리아 캠핑 트레일러 회사를 찾아가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방식의 사업을 제안했다. 성사가 됐다면 개성공단에 공장을 차릴 계획이었다. 사정이 여의치 않자 고향인 장성으로 온 그는 장성나노산단에 공장을 차리고, 장성 휴파크도 개장했다.

캠핑 트레일러를 제작하고 있는 우인모빌 직원들<br>
캠핑 트레일러를 제작하고 있는 우인모빌 직원들

캠핑장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지역밀착형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정 대표의 생각이다. “마을 재생이나 문화관광 사업으로 마을청년회 같은 데서 충분히 검토해볼 만한 사업이 캠핑장 운영입니다. 소금 만들기, 갯벌 체험 등 지역자원을 이용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연결된 캠핑은 승산이 있어요”라고 말한다. 여기에 더해 정 대표는 지역특산품을 이용해 (무안 양파 맥주, 장성 편백 피톤치드 맥주처럼) 캠핑과 수제맥주를 접목해볼 구상도 갖고 있다.

“캠핑은 불멍”이라는 정 대표는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로 무념무상의 마음으로 내 옆의 가족과 아이를 돌보는 모습, 자연 그대로의 나와 태초의 나로 돌아가 보는 것이 캠핑의 묘미”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알려주는 트레일러 선택 팁!

정덕진 대표는 전국 30여 곳의 캠핑장에 캠핑 트레일러를 납품했다. 인터뷰가 있던 날은 때마침 제주도 캠핑장으로 트레일러 완성품을 출하하는 날이기도 했다. 현재 그는 강원도로 보낼 제품도 생산하고 있다.  

정 대표가 트레일러를 만들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문은 환기, 특히 이슬맺힘이라고 한다. 환기가 잘 안되면 실내에 냄새가 배고, 곰팡이가 생겨 캠핑하는 사람들의 위생에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벽지 대신 단가가 높은 나무로 트레일러 내부를 마감하는 이유도 사람들이 건강하게 캠핑을 이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트레일러는 감가상각이 심합니다. 5천만 원짜리 수입품이 1년이 지나면 2천만 원대로 가격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고가보다는 2천5백만 원 안팎의 제품을 구입하시는 게 좋아요. 차량을 개조한 캠핑카는 보험료 문제, 사고 처리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유념하셔야 해요”라고 조언한다. 

사업가답게 꼼꼼한 계산도 곁들인다. 3~4천만 원 짜리 캠핑카를 사서 1년에 100박 나갈 확률이 적다, 2년 안에 처분할 확률도 70%가 넘는다, 차라리 적당한 가격의 국민여가캠핑장의 시설에서 오토캠핑을 즐기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등등. 휴파크의 경우, 겨울에는 4~8만 원 선이면 오토캠핑을 즐길 수 있어서 일반 숙박업소보다 가격경쟁력이 좋다는 추가 정보도 그는 전했다.       

오토캠핑 붐을 타고 뛰어드는 업체도 많아 가격 경쟁이 심하다고 한다. 이에 더해 안전 때문에 정부 규제는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여건들을 감안해서 캠핑카를 선택할 때도 경험과 기술이 있는 업체의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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