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송산초 ‘사랑의 돈가스’ 이후

“○○이의 아빠가 화상을 심하게 입으셨대요.”
2021년 가을, 송산초 재학생 A의 아버지가 전신화상을 입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들었다. 송산교육공동체는 ‘아이를 돕자’로 한마음이 되었다. 온 마을이 A를 돕기 위해 움직였다.

돈가스 배달 행사를 열고 후원계좌를 열었다. 돈가스를 만들고 배달하는 과정까지 학부모, 선생님, 학생들이 모여 함께 계획하고 실천했다. 송산교육공동체의 활동 소식을 들은 순천시민들도 곳곳에서 지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돈가스 약 1톤이 선주문되었다.(자세한 내용은 2021년 12월호 특집 참조) 돈가스 판매금과 후원금을 모아보니 3,016만8,000원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큰 액수였다. 더구나 모두 힘든 코로나 시기 아닌가. 감동이었다.

12월 말, 병원에 그동안의 병원비로 약 2,000만 원을 송금했다. 나머지 금액은 진료비와 약값에 보태 쓰시라고 A의 할머니에게 직접 전달했다. 

다행히 올해 초 할머니가 “A의 아버지가 퇴원을 하셨다”는 기쁜 소식을 알려왔다. 위험한 고비는 넘겼지만, 상처가 자주 덧난다고 했다. 전신에 심한 화상을 입다 보니,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환부가 벌어지거나 고름이 찬다고. A의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한 아들과 A를 혼자서 보살피면서도 늘 긍정적이셨다. “나 혼자만 살기도 힘든 세상에 이러코롬 우리를 자기 가족처럼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는디 뭐시 힘들다요. 고맙제. 든든하제” 하고 밝게 웃으셨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절망적인 나날들을 보냈던 한 가족에게 우리의 작은 행동이 힘이 됐다니, 마음이 뿌듯했다. 온 마을이 선한 영향력을 실천한 셈이다.

이번 나눔 활동을 통해 송산교육공동체는 배웠고 성장했다. 후원금을 많이 모아서가 아니다. 작은 실천이, 우리의 진심이 어떻게 세상에 확산되는지, 그리고 학교를, 마을을, 도시를 어떻게 움직이는지 실감했다.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좋은 경험이었다.

겨울의 시린 시간이 와도 공동체의 힘이라면 조금은 버티기 쉽다. 언젠가는 따뜻한 봄이 온다. 지난 겨울, 송산교육공동체는 희망을 목격했다. 송산뿐 아니라, 전남의 곳곳에서 희망이 싹 트기를 바라본다.

글 서영화(송산초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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