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세계에서 4번째로 섬이 많은 나라입니다. 우리나라의 섬 60%(1,676개)는 전남에 위치합니다. <함께 꿈꾸는 미래>가 올해 ‘섬’을 연재하는 이유입니다.

보라색 다리가 놓인 안좌도와 퍼플섬

#신비로운 보랏빛 퍼플섬

신안 안좌도 남쪽의 작은 부속섬 박지도와 반월도를 가리킨다. 안좌도-박지도-반월도를 해상목교가 차례로 잇고 있다. 퍼플섬은 다리부터 마을, 꽃밭, 심지어 마을식당 쌀밥까지 온통 보랏빛이다.

마을식당 밥상에도 스며든 보랏빛

여름에는 라벤더가, 가을에는 아스타가 피어 언덕을 신비롭게 물들인다. 박지·반월의 색채실험은 세계 관광객과 미디어의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 CNN 방송은 신안 퍼플섬이 “사진가들의 꿈의 섬”이면서도 “위험하지만 아름다운 시도”라고 했다.

봄부터 여름까지 라벤더가 활짝 핀다

삶터를 한가지 색으로 채색한다는 점이 한편으론 당혹감을 줄 수 있기 때문. 기대와 우려를 안은 퍼플섬은 나날이 반향을 일으켰다. 2021년 12월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관광기구 총회에서 ‘제1회 유엔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로 선정됐다. 지난 2월에는 파리패션위크의 무대로 등장했다. 세계 정상급 모델들이 퍼플섬의 보랏빛 목교를 런웨이로 삼았다.

보라색 다리 위에서 ‘2022 F/W 파리패션위크’ 영상 촬영이 진행됐다.(ⓒ신안군)

 

#활기 찾은 섬 마을

온통 보랏빛인 반월도 마을

박지도와 반월도는 이웃이다. 오래도록 두 섬 사람들은 노두를 딛고 왕래했다. 징검다리인 노두는 썰물 때만 갯벌 위로 드러났다. 아이들은 나룻배를 타고 안좌면의 학교에 다녔다. 2007년, 섬들 사이에 1.5㎞ 길이의 목교가 놓였다. 섬사람들의 오랜 염원이 마침내 실현됐지만, 이젠 건널 사람들이 급격히 줄었다. 학교에 갈 아이들도 없어졌다.

1970년대 배를 타고 학교를 다녔던 박지도 학생들

두 섬은 2012년 전남 ‘가고 싶은 섬’ 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며 전환점을 맞이했다. 2019년부터는 신안군 플로피아(flower + utopia 꽃으로 섬을 특화하는 정책) 사업으로 퍼플섬이 됐다. 섬 곳곳에 핀 보랏빛 야생 도라지꽃이 아이디어가 됐다. 꽃들이 만개하며 섬에 활기가 돋았다. 오랜 어업과 농업의 섬에 관광객들이 찾아들었다.

퍼플섬을 누비는 보라색 버스

“섬이 깨끗해져 좋고, 사람들이 구경 오니까 재미있다”고, 열아홉에 박지도에 시집와 70년을 살아온 정순심 어르신이 말한다. 반월도 섬 아낙 이정자 씨는 마을카페 운영을 맡아 바리스타로 인생2막을 살고 있다. 그에게 하루하루는 흥미로운 선물이다. 작은 섬들의 기로에서 새 길을 낸 퍼플섬, 신비롭고 개운하게 성공이다.

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늘자 마을주민들의 일상도 즐거워졌다.
퍼플섬에 놓인 보라색 공중전화

글 이혜영 사진 최성욱·이윤·신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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