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서 아동문학가로 김목 선생님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져볼 때가 있습니다. 전남이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이런 글을 쓸 수 있었을까? 하고요. 저는 전남의 민담, 설화, 신화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사시사철 자연과 호흡하며 살아가는 농촌의 삶 속에서 소재를 얻었고요. 전남에서 근무할 수 있어서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등단의 기회를 열어 준 첫 번째 중편동화 <강나루 할아버지>는 첫 부임지인 영광 법성초 주변이 배경입니다. 법성포에서 홍농으로 가는 길에 있었던 나루터가 주된 공간입니다. 이 작품으로 1975년 소년중앙 문학상을 받았지요.
전 세계적으로 그리스․로마 신화가 유명하잖아요? 우리에게도 오천 년 역사가 있어요. 그 속에서 인간의 근원을 비추는 이야기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잊혀가는 것들을 우리 삶으로 가져와 재탄생 시키는 보람이 크더라고요.
교사여서 덕을 봤죠. 아이들과 함께하며 동심을 느끼고, 동심으로 아이들을 위한 글을 쓰게 되는 선순환이었어요. 아이들이 인간 삶의 원형을 느낄 수 있는, 역사에 기반한 이야기를 발굴하고 재구성하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시련기도 있었습니다. 1989년 전교조 결성으로 해직됐고, 그 시기를 전후해 역사의 비극적 사건들을 거치면서 펜을 잡기가 힘들었습니다. 정의와 진리가 보이지 않는 사회 현실을 보며 글을 쓰는 일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지요. 그런데 암울한 현실을 바꾸는 힘이 또 글일 수 있겠더라고요. 신문이나 잡지 등을 통해서 사회와 교육 문제에 대한 소신을 밝히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호소했습니다. 다시 펜을 잡고 싶은 마음이 샘 솟았어요. 그러다 1994년 함평 학다리초로 복직하게 되면서 다시 문학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10년, 작가로서 가장 활발히 활동했어요. 퇴직 이후 전업작가로서 온전히 글쓰기에 매진했죠. 작년에는 호남 지역의 여성 인물 50명을 조명해 <호남여성보>를 전자책으로 출판했어요. 올해는 500km가 넘는 이순신길을 따라 재구성한 기행동화집 <이순신길을 걷는 아이들>을 냈습니다. 지금은 현대까지 이어지는 총 30권짜리 역사서를 준비 중이에요. 영산강, 섬진강, 금강까지 호남의 3대 강을 따라 숨 쉬는 역사, 민담, 설화, 주민들의 삶의 이야기를 담은 강 기행기를 신문에 10년째 연재해 왔고요.
교사 시절 남북교원 교류 프로그램으로 평양에 다녀왔어요. 소망이 있다면, 남북 문학 교류에 앞장서고 싶습니다. 이야기는 시대를 잇고, 지역을 잇고, 또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힘이 있으니까요. 남과 북도 그렇게 이어지기를 바라봅니다.
김목 선생님의 신작 <이순신길을 걷는 아이들>은?
김목 선생님이 3년 동안 자료를 수집하고 현장을 답사해 기획·구성한 기행동화집. 2022년 1월 출간됐다. 이순신 장군의 수군 재건 과정에 따라 15꼭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할아버지와 두 어린이가 이순신의 여정을 따라 여행하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난중일기> 등 여러 사료를 토대로 이순신 장군의 생각과 고민을 담아, 장군의 인간적 면모를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