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친환경 농촌기업 ‘미실란’ 이동현 대표

이동현 대표(ⓒ최성욱)

곡성 섬진강가에서 농촌기업 미실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폐교된 곡성동초 터를 리모델링해서 발아현미, 오색 미숫가루 같은 곡류 제품을 생산합니다. 공장과 사무실을 비롯해 밥카페(식당), 찻집, 세미나실 등을 꾸리고 있고, 지난해 말 생태책방 ‘들녘의 마음’도 열었습니다. 그간 작은 들판 음악회, 농산물장터, 들녘 슬로우 패션쇼도 열었어요. 미실란은 농촌기업이자 복합문화공간입니다.

미실란을 중심으로 ‘학교 밖 학교’를 꾸리려고 합니다. 생태학교도 새롭게 열기로 했어요.  그간 10년 넘게 아이들과 함께 생태학교를 진행했어요. 마침 지역에 마을학교가 생겨서 기존 기능은 그쪽에 넘기고, 미실란은 성인까지 아우르는 생태학교를 열려고 해요. 미생물, 농업 관련이 될 거예요. 소설가 김탁환 작가님과 글쓰기 학교도 진행할 예정이고요. 원래 미실란 터가 학교였으니, 잘 어울리죠?

미실란에서 운영중인 생태책방

도시민들이 섬진강가를 사랑하게 하고, 농촌 소멸을 막고, 청년인구의 유입을 돕고 싶어요. 우린 청년직원 비율이 15명 중 10명, 70%에 달해요. 3명 정도 더 충원할 예정입니다. 코로나 시국 전에는 8명이었는데 두 배 늘었네요. 청년들이 여러 업무를 접하면서 자기만의 특장점을 드러내고 있어요. 미실란 숲에서 각자 개성 있는 나무로 성장하길, 미실란이 청년들의 성장플랫폼이 되길 바랍니다.

저는 미생물학자입니다. 어릴 때부터 자연 속에서 혼자 관찰하는 걸 좋아했어요. 고흥 농촌에 살던 어린 시절, 비닐하우스가 생기고 농약이 도입됐어요. 이후 강에 비닐과 약병들이 떠내려오고, 농약과 비료를 많이 쓰면 ‘농사 잘 짓는다’고 칭찬하는 분위기가 생겼어요. 뭔가 불균형하고 불공정하다고 생각했어요. 오랫동안 제겐 ‘불공정’을 해소하는 게 화두였습니다.

미실란에서 운영중인 식당 '반하다'

2005년 농촌의 미래를 주제로 곡성에 와서 강연을 했는데, 당시 곡성군수가 “이곳에서 당신의 꿈을 펼쳐 달라”고 제안했어요. 섬진강가에 살고 싶다던 막연한 꿈이 갑자기 당겨져 버렸습니다. 그때 제가 36세, 아내(남근숙)가 33세. 무슨 용기였을까요. 당시 저는 일본에서 미생물학 박사학위를 마치고 귀국해 순천대에서 근무하며, 미생물연구소를 창립해 운영하던 중이었죠.

우리는 270종이 넘는 토종 벼를 연구하고, 좋은 품종을 골라 농민들과 계약재배를 합니다. 가령 삼광벼는 맛이 좋고 병해충에 강해서 친환경 발아현미를 만들기 좋아요. 초창기에는 우리가 농민에게 종자까지 공급했지만 지금은 품종 지정만 해드립니다. 친환경 재배농가가 많아지고 노하우도 쌓였거든요. 쌀은 우리가 3천 평을, 나머지 전남 농가(곡성 55%, 고흥 등 기타 지역)가 9~10만 평을 재배합니다.

미실란과 지역 농부들이 재배한 무농약 작물들

일과는 늘 꽉 찹니다. 아침에 들녘 사진을 찍고, 직원 출근 전에 논과 시설을 점검합니다. 이후 연구실과 필드에서 품종 연구를 하고, 텃밭도 가꾸고 방문객 미팅도 합니다. 벼가 자라는 시기엔 일이 정말 많습니다. 품종이 워낙 많아서 생장을 잘 관찰해야 하거든요. 6월말부터는 날마다 피 뽑고…. 9월까지는 너무 바빠서 요일 개념이 없어집니다.

아내는 결혼 전 순천에 있는 전남 청소년상담실에서 일했습니다. 지금은 미실란 밥카페를 운영하고, 곡성교육희망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어요. 미실란은 늘 열려 있어요. 옛 곡성동초 졸업생들도 미실란을 찾아옵니다. 특히 제 나이 또래인 33회 졸업생(1969년생)들과 친해졌어요. 80~90세 졸업생들도 둘러보고 가십니다. 모교 터의 변화를 보고 좋아하시니 저도 기쁩니다.

이동현·남근숙 부부
‘박사농부’ 이동현은 미생물과학자이자 미실란 대표. 남근숙은 청소년상담사 출신으로 곡성교육희망연대 대표. 두 사람은 2006년 5월 5일 옛 곡성동초 자리에 미실란을 열었다. 이동현은 자랑스런 전남인상·신지식농업인상·대산농촌문화상·전남농업인상·지역혁신가상·UN식량농업기구 세계식량의날 기념 모범농업인상 등을 수상했다. 김탁환 소설가가 둘의 이야기를 책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에 담았다.

'미실란'의 의미는?
친환경 농사에 미실란의 첨단과학을 접목한 발아현미 제품을 생산한다. 음식과 약은 근본이 같다는 ‘식약동원(食藥同源)’ 사상에 근거를 두고, ‘밥이 곧 약이 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창립했다. 미실란은 ‘시나브로 피고 지는 난초처럼, 희망의 열매를 꾸준히 만들어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정리 이혜영 사진 최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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