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아침마다 주민들이 학교를 찾는 이유

수요일은 ‘수북수북’ 하는 날이다. 아침 8시 40분, 1교시가 시작되기 전 십여 분가량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활동이다. 읽어주는 주체들은 다양하다. 학교와 꽤 먼 거리에 있는 면소재지에서 찾아오는 지역민, 학부모, 동네 할머니 등이 참여해주셨다. 수고롭지만 누가 알아주지도 않고 경제적 이익도 없다. 그럼에도 수북수북은 올해로 3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활짝 열린 교육복지실. 건이 할머니가 1학년 교실로 가시고, 나는 4학년 교실을 향했다. 그동안 75세 최자희 선생님이 들어가셨던 반이었다. “오늘은 할미샘*이 서울 가셔서 대신 들어왔어요.” 아이들은 잠시 서운해 했지만 이내 반겨주었다.(아이들이 불렀던 최자희 선생님의 별칭)

안 에르보의 그림책 <산 아래 작은 마을>을 폈다. ‘옛날, 옛적’으로 시작하는 첫 문장을 읽었다. 뒤에 있던 아이들이 앞으로 뽀짝뽀짝 다가오더니 통로에 앉아 귀를 쫑긋 세웠다. 금세, 9시가 됐다. 읽기를 멈춰야 했다. “다음 주에 계속!” 그러자 학생들이 볼멘소리 한마디씩 했다. “왜 꼭 궁금한 데서 끊냐고~?!” 

복지실로 돌아왔더니, 지현이 엄마가 다음주에 읽어줄 책을 고르며 말했다. “아이들이 의자를 가지고 앞으로 쪼르르 와서 집중해 주는 모습 보고 싶어서 매일 책 읽어주러 오고 싶어져요.”

 

올해 ‘수북수북’은 종료됐다. 마지막 날 최자희 ‘할미샘’이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년에도 나 빼먹지 말고 꼭 불러줘요!”

수북수북 선생님들은 가게를 열었다가, 물건을 나르다가, 밥상을 치우다가, 책 읽어주러 나왔다. 회사에 양해를 구해 매주 수요일 아침 학교로 출근하는 분도 계셨다. 귀찮은 내색없이 모두 기쁨이 넘쳤다. 안 해도 되는 일에 학부모님들과 지역민들이 기꺼이 나서 주신 이유는 오로지 아이들의 행복 때문일 것이다. 

‘수북수북’ 선생님들, 지난 한 해 동안 함께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2022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최은경(구례중앙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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