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사라실 형형색색 마을학교 조주현 대표

‘사라실 형형색색 마을학교’의 태동은 ‘사라실 예술촌’에서 시작됐습니다. 사라실은 사곡리와 죽림리 두 마을을 합쳐 부르는 말입니다. 사라실은 한때 광산으로 유명한 마을이었는데 1970년대 말 폐광되면서 사람들이 떠나가자 그 마을에 있던 사곡초등학교까지 폐교됐습니다. 

몇 년간 방치됐던 폐교 건물이 2016년 광양시에서 진행하는 ‘유휴자원을 활용한 재생사업’을 통해 사라실 예술촌으로 재탄생하게 됐습니다. 지역 주민들과 예술인들이 이곳에 들어와 함께하면서 마을은 생기를 되찾았고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조주현 사라실 예술촌 촌장. 사곡초가 모교다. 도예가로 활동하면서 20년 가까이 농촌테마마을, 도선국사마을 등 마을활성화사업에 직접 참여했다. ‘시민에게는 일상을, 예술가에게는 생활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017년에 사라실 예술촌을 개촌한 후 지금까지 운영해 오고 있다.

핀란드에 ‘꿈꾸는 예술터’라는 뜻의 아난탈로 아트센터가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이 그 지역에서 창의적인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상시적으로 접할 수 있도록 전용 공간을 조성해 운영하는 곳입니다. 사라실 예술촌은 아난탈로 아트센터 방식의 콘텐츠를 적용했습니다. 농촌의 소외받는 농민들, 산업도시의 근로자들, 지역의 아이들에게 휴식의 장소이자 교육의 장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였습니다. 

‘사라실 형형색색 마을학교’는 2017년에 전남교육청으로부터 마을학교로 지정받았습니다. 2년 후인 2019년 중심마을학교로 선정됐습니다. 

사라실은 지명입니다. 형형색색은 모양과 빛깔이 여러 가지라는 의미입니다. 다양하고 고유한 개성을 지닌 아이들이, 마을교육공동체 안에서 자라면서 자신만의 능력을 개발하고 꿈을 키워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습니다. 또 세상에 펼쳐진 다양한 자원, 예술과 문화를 아이들이 경험하면서 아이들이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한여름 밤의 ‘모기장 속 영화 이야기’가 있습니다. 여름밤 모기장 속에서 자녀와 부모가 함께 영화를 보면서 쉬고 소통하는 거에요. 가족 간의 유대감이 끈끈해지도록 돕는 가족 휴머니즘 문화예술 프로그램입니다. 

광양은 단기간에 공업화된 도시입니다. 공업 도시인 만큼 3교대로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많은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부모님과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매우 적습니다. 그래서 가족 휴머니즘 회복이 필요해요.

한여름 밤 반딧불이를 보고, 풀벌레 소리, 바람 소리를 들으며 모기장 속에서 가족들이 모여 밖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으로 영화를 같이 감상합니다. 주먹밥과 팥빙수 만들기, 캠프파이어 등의 특별한 경험은 ‘한여름 밤의 꿈’을 온 가족이 함께 꾸듯 잊지 못할 추억이 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작년과 올해는 이 프로그램을 못 열어 안타깝습니다. 대체 프로그램으로 자동차극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다행히 참여도와 만족도가 높습니다. 또 비대면 문화예술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실시간으로 동영상을 통해 라탄티코스터 만들기, 모빌 만들기 등의 수업을 하고 있는데 기대 이상으로 아이들과 광양시민들의 반응이 좋아요.

 

현재는 목공예 프로그램인 ‘마을로 잇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을학교인 ‘해봄공동체’와 대안학교인 ‘이음학교’를 연계해 매주 목·금 이틀간 지역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마을 그네를 만들고 있습니다. ‘마을그림책 만들기’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지역의 자원이나 이야기들을 소재로 해서 가족 단위의 참가자들이 직접 그림책을 만드는 겁니다.

마을학교의 다양하고 풍성한 프로그램을 통해 마을의 역사와 이야기를 새롭게 알아가는 과정은 지역의 아이들뿐 아니라 부모님들에게도 애향심을 갖게 해줍니다. 이러한 시간과 경험들이 차곡차곡 축적돼 우리 아이들이 깊이 사색할 수 있게 할 것이고 바르게 자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리 김지유  사진 마동욱

 

사라실 형형색색 마을학교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시작한 사업이다. 초등 1학년부터 마을활동가를 연결해, 학생들이 마을을 잘 알고 공동체의 중요성을 체득하는 프로그램을 주로 운영하고 있다. 초등 공교육 프로그램과 연계된 부분도 있어서 학교 선생님의 참여도 활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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