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회에 무관심했던 내가 ‘열혈지지자’가 된 까닭

나는 ‘아딸딸’ 삼남매의 엄마다. 아이들은 삼호중학교 2학년, 삼호중앙초등학교 6학년·4학년에 재학중이다. 학부모로서 학교교육 설명회나 체육대회 같은 큰 행사에는 곧잘 참여했지만, 내가 직접 학부모회에 발을 푹~ 담그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학부모들이 학교를 들락날락하는 일은 극성맞은 엄마들의 ‘치맛바람’으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학부모회에 대한 인식이 바뀌게 된 계기는 큰아이 5학년 때였다. 2018년에 무지개학교(지금의 혁신학교)로 탐방을 갔었는데, 그 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의 참여로 아이들의 교육 활동 폭이 더 넓어졌다고 했다. 직업체험, 생태체험 등으로 교육활동이 확대된 것이다. 우리 학교 학부모회 임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음지에서 묵묵히 아이들을 지원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2019년에 삼호중앙초 학부모회 회장을 맡았다. 운명처럼 전남에서 ‘학교 학부모회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가 만들어져 학부모회는 교육공동체로서 더 당당히 나설 수 있었다. 열정이 넘쳤다. 전남학교네트워크의 초등부 총무, 월출학부모회 초등부 대표 등 여러 자리에서 활동했다. 작년까지 학교 학부모회 회장을 맡으며, 다른 학교 학부모회 임원들과 대화도 많이 나눴다. 학부모회 예산 부족, 다문화 가정과의 소통, 학부모들의 참여 유도 등, 고민의 결이 비슷했다.

삼호중앙초도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영암에서 학생 수가 가장 많은 큰 학교다. 때문에 사업 대상자 규모도 커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다 예산이 부족해 발목이 잡혔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다문화 가정 학부모들과의 융합도 당면한 숙제였다.

삼호중앙초 학생들과 함께 진행한 환경 캠페인
삼호중앙초 학생들과 함께 진행한 환경 캠페인

올해는 전남교육청이 공모한 ‘학부모 특색 사업’에 선정돼 고민거리를 조금 덜 수 있었다. 공모 사업비를 지원받아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재밌게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을 위한 성교육, 학부모 참여 수업, 교육공동체와 함께하는 캠페인 등을 추진 중이다. 학부모들이 같이 머리를 맞대 준비한 사업들이다.

먼저 지난 10월 22일 학교 주변에서 환경 캠페인을 열었다.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5~6학년 학생 27명과 학부모 14명이 총 4팀으로 나눠, 8시부터 40분 간 교내외 쓰레기를 줍고 길거리 캠페인을 진행했다. ‘쓰레기로부터 우리 마을을 지켜주세요’, ‘지구야! 사랑해’ 등 플래카드와 피켓의 문구 하나까지도 모두 학부모 공모와 투표를 통해 정했다.

캠페인에 참여한 6학년 학생은 “학교 근처에도 담배꽁초가 정말 많았어요. 집에 가서 아빠한테 꼭 금연하시라고 말씀드릴래요. 담배꽁초도 꼭 쓰레기통에 버려주시라고 하구요”라고 소감을 말했다. “다음에는 흡연하는 아빠들 강제로 참여시켜서 담배꽁초 직접 줍게 합시다”라며 엄마들의 살벌(?)한 후기도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야외활동을 거의 못하던 차에 진행된 행사라 아이들도 학부모들도 더 크게 만족했다.

10월 셋째 주, 넷째 주 월요일에는 학부모 재능기부단과 함께 ‘수세미 뜨기 교실’을 열었다. 학부모 재능기부단을 통해 재야의 ‘금손’ 엄마들이 활발하게 활동했다. 덕분에 학부모 참여 활동의 문턱이 낮아졌다. “난 이렇게 손으로 하는 건 못해!” 하시던 ‘곰손’ 회장님도 멋들어진 작품(?)을 완성했다. 엄마들이 정성으로 만든 수세미들을 올 연말 지역 사회에 기부할 예정이다. 

 

수세미 뜨기 교실
수세미 뜨기 교실

오는 11월 28일에는 ‘사춘기를 맞은 우리 아이 성교육’이란 주제로 성교육을 연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2차 성징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데 비해 성교육은 부족한 현실을 종종 얘기하곤 했다. 유튜브 등 매체에서 쏟아지는 무분별한 정보 속에서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인정하고 성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주자고 뜻을 모았다. 목포시 청소년성문화센터의 전문강사를 초빙했다. “이럴 때 어떻게?” 등 현실적인 질의응답을 통해 우리 청소년들이 궁금했던 것들을 속 시원히 알려줄 예정이다. 

전남교육청의 ‘학부모 특색 사업’ 공모 덕분에 예산 걱정없이 다양한 프로젝트를 할 수 있었다. 참여자도 늘고, 만족도도 높아 사업 기획자 중 한사람으로서 너무 뿌듯하다. 좋은 기회가 더 많은 학교에도 제공되길 희망한다. 

다양한 교육 내용, 구성원이 하나되는 교육들이 전남 곳곳에서 펼쳐져, 아이들이 ‘전학 오고 싶은 전남’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더 많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전남에서 들리길 소망한다.

 

전주희(영암 삼호중앙초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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