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영남초 운동장 공간혁신 완료 후기

지난해부터 추진했던 공간혁신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시작 당시, 공간을 마주하고 사람을 만났다. 공간에는 사람이 있었다. 공간혁신이 뭔지 궁금했던 아이들은 참여 과정에서 자신들이 생각하고 제안했던 것이 완성되는 걸 보았다.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어떻게 놀고 싶은지 마음껏 이야기했다. 시작부터 시공까지 아이들의 손을 거쳤다. 직접 채색까지 해보면서 공간 주권을 온몸으로 체험했다. 오늘을 함께 살아가는 민주시민으로서 존중받았고, 서로 협력했고, 학교민주주의를 경험했다. 

“이건 구령대를 없앤 자리보다는 운동장 다른 곳에 세우는 게 낫겠어” “물이 고이면 물웅덩이에서 놀고, 그 물이 천천히 빠지면서 식물에게 가는 건 어떨까?” “다목적 트랙도 함께 만들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 이런 아이디어들이 보태져서 영남초의 ‘하늘꿈 놀이마루’와 ‘다목적 트랙’이 만들어졌다. 

 

새롭게 바뀐 고흥 영남초 운동장 전경
새롭게 바뀐 고흥 영남초 운동장 전경

‘하늘꿈 놀이마루’는 오르락내리락 놀며 쉬는 곳이다. 원형 공간과 미끄럼틀을 품은 물놀이장, 나무마루 미로 놀이터, 파형 동굴과 잔디 언덕이 있다. ‘다목적 트랙’은 자전거, 인라인, 킥보드, RC카, 풋살 같은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는 곳이다. 물길 통나무다리와 잔디 정원이 있어 아이들뿐 아니라, 곤충이나 벌레 등 많은 생명이 깃들어 산다. 기존 축구장 중심의 운동장이 하늘 길, 바람길, 물길을 품은 생명력 넘치는 대지가 되었다. 

애초에는 구령대가 있던 공간을 바꾸는 사업이었다. 운동장 전체의 공간혁신으로 확장할 수 있었던 건 공동체의 힘이다. 학생들 개개인의 상상을 응원해준 촉진자, 공동체의 바람들을 구체적으로 담아준 설계자, 수업 과정에서 삶과 공간을 연결해 간 교사들, 그리고 복잡한 시공 과정과 행정 절차를 기꺼이 감내해준 행정지원팀, 모두가 학생을 중심에 두고 최선을 다했다.

아쉬움도 있다. 최저가 공개입찰과 시공사의 역량 한계는 관급 공사의 여전한 과제다. 하지만 지금의 공간이 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들의 수고로 완성된 것임을 안다. 한계에 부딪히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역량을 키워가는 모습을 아이들도 직접 보았을 것이다.

건축가 승효상 선생님은 <빈자의 미학>에서 ‘좋은 건축이 좋은 삶을 만든다’고 했다.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토지를 점거해야 하는 건축은 그 장소가 요구하는 특수한 조건들을 갖춰야 한다. 기후와 지리 등의 자연적 조건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이 일궈 낸 인문사회적 환경 속에서 조화롭게 자리 잡고 알맞은 옷을 입을 때, 이는 그 장소에 적확한 건축이 된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통학차에서 내리자마자 자석에 끌린 듯 곧장 운동장으로 달려가 곳곳을 넘나든다. 어른들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 공간이 우리 아이들의 삶을 더 좋게 만들 거라 믿는다.

지난해 6학년이었던 학생들은 지금의 운동장을 누리지 못한 채 졸업했다. 이미 1학기가 지나 올해 6학년도 이 공간을 충분히 즐기지 못한 채 졸업하겠지만 동생들이 잘 놀 수 있으니 다행이란다.

휴일에도 학교 운동장이 북적인다. 가족과 함께 놀러 온 학생들로 시끌벅적 하다. 새로워진 영남초 운동장이 영남교육가족뿐 아니라 지역사회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확장되길 바란다. 이 공간에 아이와 어른, 학교와 마을의 여러 삶들의 모습이 담기면 좋겠다. 그래서 마을교육공동체로 가는 징검다리로 성장하길 바란다.


박현희(고흥 영남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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