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평생교육관 성인문해교육반 박철호 선생님

평생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몰두하며 살았죠. 젊은 시절 광주 학원가에서 소위 말해 ‘스타강사’로 큰돈과 명예를 가져봤죠. 이후 광주 광이고(현 명진고)에서 34년을 학생들과 함께 했답니다. 교육의 효과가 콩나물시루 물 주듯 당장 눈에 띄는 건 아니죠. 꾸준히 정성을 쏟으면 학생들이 어느새 훌쩍 자라있어요. 그것을 보는 것이 큰 보람이고 행복이었죠. 2013년에 퇴직했는데, 더 이상 교단에 설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헛헛했죠. 

고향에 와서 농사를 지어볼까 했어요. 평생을 교육에 몸담았던 터라 농업에 관해 아무런 지식이 없어서 고흥농업기술센터에서 기초부터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친환경농법을 수강했는데 함께 수강하는 지역민이 많았죠. 그런데 몇몇 분들이 교육용 책자를 아예 펼쳐보지도 않거나, 옆 사람에게 읽어달라고 부탁하더군요. 수강생 이름을 강사가 대신 써주기도 하고요. 고령층이 많은 농산어촌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한글을 깨치지 못한 어르신들이 제법 있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됐죠. 

박철호  광주 양영학원, 전일학원 등에서  ‘스타강사’로 10년, 광주 명진고(구 광이고)에서 교사로 34년, 교육계에 몸 담았다. 2013년 고향인 고흥으로 귀향했다. 올해 3월부터 고흥평생교육관에서 성인문해교육과정을 지도하면서 늦깎이 어르신들의 친구이자 선생님으로 함께하고 있다.
박철호 광주 양영학원, 전일학원 등에서 ‘스타강사’로 10년, 광주 명진고(구 광이고)에서 교사로 34년, 교육계에 몸 담았다. 2013년 고향인 고흥으로 귀향했다. 올해 3월부터 고흥평생교육관에서 성인문해교육과정을 지도하면서 늦깎이 어르신들의 친구이자 선생님으로 함께하고 있다.

한글을 몰라 주눅 들고 답답해하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참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어르신들께 한글을 가르쳐드리자 생각했죠. 학생들과 비슷한 연배니 공감대도 생길 테고 무엇보다 가르치는 일 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었죠. 농사보다는 소질이 있고요.(하하)

교직에 있었어도 한글 수업은 또 달라요. 한글문해강사 자격을 갖추기 위해 전라남도평생교육진흥원에서 초등교육과정과 중학과정 문해교육 교원연수과정을 수료했죠. 그리고 올해 고흥평생교육관에 한글문해강사로 채용됐어요.

고흥평생교육관 성인문해교육반 수업시간
고흥평생교육관 성인문해교육반 수업시간

첫 수업을 맡은 반은 성인문해교육과정 초등 1단계에요. 열다섯분이 수업을 들으시는데 대부분 연령이 60~70대에요. 남존여비사상이 팽배했던 시대를 사신 분들이라 여성이 대부분이죠. 수강생들이 만학도가 된 사연에는 차별과 가난, 그리고 삶의 고된 흔적이 묻어있어요. ‘못 배운 설움은 뼈에 사무치는 아픔이다’고 말하던 어느 수강생의 읊조림이 늘 가슴에 박혀있어요. 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건 자존감을 손상시켜요.

그래서 문해교육과정은 특히 칭찬이 중요해요. 첫 수업부터 ‘무한칭찬’으로 기 살리기에 중점을 두고 시작했어요. 공부가 재밌어야 한 번이라도 더 수업에 참석하고 한 글자라도 배우고 가지 않을까 해서요. 열 개를 가르쳤을 때 하나만 기억해도 잊어버린 9개보다 기억한 1개를 칭찬했죠. ‘잘했다. 이 나이에 얼마나 대단한가’라고요. 시간이 지나면서 아는 글자가 생기는 기쁨이 학업에 큰 동기부여가 됐을 겁니다. 6개월 만에 ‘쭈구리다’, ‘어쩌나’ 같은 쌍자음도 척척 읽어내죠. 참 자랑스럽고 대단합니다. 

 

어르신들이 쓰고 그린 시화 전시
어르신들이 쓰고 그린 시화 전시

교육은 평생을 걸쳐 이뤄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배움에 ‘늦은 때’는 없어요. 노령이라도 한글 배우기에 두려움을 갖지 말고 용기내서 문을 두드렸으면 좋겠어요. 

가르치는 자로서 겸손한 언행과 배우는 이들에 대한 배려의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해요. 우리 수강생들이 초등 졸업 학사모를 쓰고 기뻐할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 되는군요. 그때까지 저는 응원과 격려를 아까지 않는 조력자로 최선을 다할 겁니다.  

 

정리 윤별  사진 마동욱

 

박철호 선생님이 꼽는 고흥평생교육관 성인문해교육과정 장점

고흥평생교육관은 초등과정과 중학과정의 성인문해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수준에 따라 3단계로 진행되는데, 초등·중학 각 3년의 교육과정을 마치면 학교 졸업과 마찬가지의 학력이 인정되어, 상급학교 진학이 가능하다. 2012년도에 초등학력인정기관으로 지정된 후 128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2014년 전남 최초로 중학학력인정기관으로 지정받아 36명이 졸업했다. 연필, 지우개, 공책, 가방, 체험학습비 등 교육과정 전반에 드는 모든 비용은 전라남도교육청이 지원한다.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입학할 수 있다.

문의 고흥평생교육관 061-830-2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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