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 신호등 세운 여수 죽림초 학생들

5학년 국어시간, 우리 주변 안전 문제를 살펴보고 대안을 찾아보는 활동을 열었다. “선생님 저번에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사고 날 뻔했어요. 저 말고도 자주 그런 일이 있다고 들었어요. 신호등이 있으면 좋겠어요.” 한 아이가 손을 번쩍 들어 말했다. “선생님! 우리가 요구해보면 어떨까요?” 지역을 바꾸는 일에 직접 참여한다는 기대감에 아이들은 의욕적이었다. 원격 화상수업이었지만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화면 바깥까지 느껴졌다. 

우리의 ‘안전 신호등 만들기’ 프로젝트가 막이 올랐다. 담임으로서 학생들의 적극적 참여는 흐뭇한 일이었지만 마음 한 켠에는 작은 걱정이 있었다. ‘학교에서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과연 우리가 할 수 있을까? 만약 설치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아이들이 실망하면 노력한 만큼 좌절도 클 텐데…’ 하는.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신호등 설치 희망 편지쓰기
신호등 설치 희망 편지쓰기

우리 반은 앞으로의 일을 함께 논의했다. 첫 번째 활동으로 여수시청에 ‘신호등 설치 희망 편지쓰기’를 했다. 아이들은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다 겪은 위험천만하고 불편했던 경험들을 편지에 담았다. 자전거를 끌고 가다 빠르게 오는 차 때문에 사고날 뻔했던 이야기, 씽씽 달리는 차들이 무서워서 횡단보도를 못 건너고 있던 동생들을 도와줬던 이야기, 교통봉사를 했던 엄마가 차들이 멈춰주지 않아서 힘들다고 했던 일 등이었다. 편지를 읽으며 우리 아이들이 위험에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왔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두 번째 활동은 캠페인이었다. 학생들은 학급 회의를 열어 교통안전 캠페인을 열기로 결정했다. 우리 학급뿐 아니라 전교학생회의 캠페인 부서도 동참했다. 우리 반 학생들의 의지가 전교생에게 확장된 순간이었다. 학생들은 직접 만든 피켓을 들고 등하교 시간에 캠페인을 열었다. 전교학생회와 함께한 교통안전 캠페인은 우리 주변 교통안전 문제를 학생들에게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교통안전 캠페인
교통안전 캠페인
여수시청 교통과와 협의
여수시청 교통과와 협의

공동 회의 후 한 달여 시간이 흘렀다. 7월 15일, 드디어 학생들이 염원하던 신호등이 세워졌다. 학생들은 등굣길에 신호등이 설치된 걸 보고 “우리가 해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을 찍어 자랑하러 내게 달려왔다. “선생님, 우리 제안을 들어줬어요. 다른 불편한 점들도 함께 해결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신호등 설치
신호등 설치

이것이 민주시민교육 아닐까? ‘내 일이 아니야’, ‘누군가 해주겠지’가 아니라, 나와 우리의 일로 받아들이고, 대화하고 행동하며 협력하는 주체적인 활동 말이다. ‘내 손으로 만든 개혁’을 처음 맛본 우리 반 아이들에게 말했다.

“변화를 위해서는 용기있는 도전이 필요하단다. 마을, 사회, 세계를 향해 눈을 열고 너희의 뜻을 크게 외쳐보렴. 시민인 너희들의 의지가 너희가 자랄 세상을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 거야.”

박천은(여수 죽림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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