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 봄이마을학교 이승헌 대표

서울에 살다가 17년 전 보성으로 이사왔어요. 여기 와보니까 자연과 가깝게 사는 이곳 아이들도 생태환경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더라구요. 집과 학원, 공부방, 휴대폰…. 쳇바퀴를 도는 듯한 아이들의 삶은 도시나 시골이나 다를 것 없이 보였어요.

아이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천혜의 환경을 제대로 즐기게 해주고 싶었어요. 학교나 방과후 수업에서는 배우기 어려운 ‘자연 살이’를 온몸으로 체험하도록 하는 거죠. 자연에서 누리는 생생한 체험이야말로 몸과 마음을 더 크게 키우는 자양분이거든요. 

이승헌  보성 봄이마을학교 대표이자 보성 지역 8개 마을학교의 연합체인 보성마을학교연합회 대표를 맡고 있다. 서울에 살던 그는 2005년 복내전인치유센터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복내면 일봉리에 정착했다. 청소년 교육에 관심이 많아 대안학교 설립을 꿈꾸던 중 마을학교를 시작했다.

3년 전 봄이마을학교를 세웠죠. 복내초와 복내중 학생들, 그리고 학부모님들, 외부강사를 포함해 마을학교 활동가들이 마을학교를 이끌고 있는 주인공이에요. 마을학교에서는 요리, 목공, 도예, 염색 등 자연에서 난 재료를 활용한 생활형 체험을 주로 하고 있어요. 저는 목공 분야를 맡고 있어요.

캠핑은 우리 봄이마을학교 교육과정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어요. 마을학교의 지향점과 지역적 특색이 잘 녹아든 대표 프로그램이에요. 이곳 복내면 일봉리는 산림청에서 지정한 산촌생태마을이에요. 수질보존지역이라 다른 지역에 비해 청정구역이죠. 때문에 제가 일하고 있던 복내전인치유센터로 아픈 분들이 몸과 마음을 돌보기 위해 전국에서 찾아오셨어요. 자연은 그 자체로도 치유의 효과가 있어요. 

캠핑은 마을의 아름다운 생태환경을 일상에서 누릴 수 있도록 해요. 아이들과 주민들이 온종일 자연의 품에서 뒹굴며 놀고, 먹고 자면서 그동안 배우고 익힌 생활 기술들을 십분 발휘하는 날이에요. 가족 간 소통과 교감을 늘릴 수 있도록 최대한 부모님들이 캠핑에 참여할 것을 권장하고 있어요.

봄이마을학교 캠핑
봄이마을학교 캠핑

캠핑은 마을펜션의 앞마당에서 이뤄져요. 텐트 4개 동이 있거든요. 냉난방 시설이 갖춰져 사계절 캠핑이 가능해요. 잠자리 걱정 없이 캠핑의 묘미를 편리하게 즐길 수 있어요. 주변의 산과 냇가에서 물고기 잡고 채소, 약초 등을 채취해 먹기도 해요. 캠핑의 ‘꽃’, 바비큐 파티도 하구요. 올해 중복에는 닭 대신 칠면조를 잡아 꼬치구이를 하고, 약초 넣은 백숙도 해 먹었어요. 캠핑을 할 때마다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니까 지루할 틈이 없답니다.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은 함께 즐기면서 닫혀 있던 말문을 트고 마음도 활짝 열어요. 1년에 열 번 정도 캠핑을 열고 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가족 단위 참여로 제한하고 있어요.

봄이마을학교는 제 오래된 꿈에 한 발 내딛게 해 준 디딤돌이랍니다. 지금은 장성했지만 두 딸을 키우면서 우리나라 교육의 안타까운 부분들을 어떻게 하면 만회할 수 있을까 고민했거든요. 주입식 교육을 벗어나 마음껏 뛰놀고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는 일상을 아이들에게 돌려주고 싶었어요. 마을에 작은 대안학교를 세우는 게 꿈이었죠. 봄이마을학교는 학교 밖에서 다양한 전인교육을 실현하고자 한 소망이 실현되고 있는 무대예요.  

앞으로도 우리 지역만의 자원, 역사, 환경을 가지고 특색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보성 지역에 있는 8개 마을학교들과 공유하면서 함께 발전해가고 싶습니다. 보성만의 특별한 마을학교 연대, 기대 많이 해주세요.

정리 김우리  사진 김현

‘봄이마을학교’는?

‘마을교육공동체 봄이’는 보성군 북부 4개면(복내면·겸백면·율어면·문덕면)을 중심으로 2019년 ‘봄이마을학교’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천혜의 자연을 가진 지역 특성을 살려 자연친화적인 삶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생명 존중, 공동체 정신 함양을 목표로 전인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캠핑 프로그램을 비롯해 자연에서 난 재료를 활용해 목공 학교, 약초 요리 학교, 도예와 천연염색 체험, 트레킹 등을 운영한다. 목공방과 천여 평의 잔디밭, 염색체험실 등을 갖추고 있어 체험교육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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