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짓는 작곡가, 조승필 교사

조승필  여수 여도초 교사. 100곡 이상 작곡한 전남초등동요작곡연구회 회원. 2014년 전남영상교사모임에서 제작한 영화 멀리 더 멀리 주제가를 시작으로 세월호 추모곡 ‘작은 바램’ ‘진달래’를 작곡, 지난해에는 여순사건 추모곡 ‘진혼’을 발표했다. ‘달빛화가’라는 노래로 2019년 KBS 창작동요대회 본선 경연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조승필 여수 여도초 교사. 100곡 이상 작곡한 전남초등동요작곡연구회 회원. 2014년 전남영상교사모임에서 제작한 영화 〈멀리 더 멀리〉 주제가를 시작으로 세월호 추모곡 ‘작은 바램’ ‘진달래’를 작곡, 지난해에는 여순사건 추모곡 ‘진혼’을 발표했다. ‘달빛화가’라는 노래로 2019년 KBS 창작동요대회 본선 경연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가끔 반 아이들에게 작곡한 노래를 들려줍니다. 제가 만든 곡인 걸 알려주지 않은 채 가만히 아이들 반응을 지켜봐요. “좋아요”라는 칭찬이나 박수소리가 나오면, 그때 공개하는 거지요. 반응이 별로다 싶으면 아무 말 없이 넘어간답니다.(웃음) 동요에 있어서 아이들은 가장 좋은 청중이고, 길잡이에요. 

작곡을 시작한 지 7년 정도 되었어요. 교직생활 23년차에 비해서는 짧죠. 그래서 ‘작곡가’라는 호칭이 어색해요. 하지만 이젠 선생님과 작곡가, 두 호칭이 ‘환상의 짝꿍’ 같아요. 노래를 통해 아이들과 더 호흡하고,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음악적 영감을 얻고 있으니까요. 

제가 세상에 내놓은 첫 곡은 아이들이 주인공인 영화의 주제가였어요. 2014년 전남교사영상모임에서 만든 영화 <멀리 더 멀리>의 삽입곡 작업을 맡았거든요. 2010년부터 전남초등동요작곡연구회 회원이었지만 이때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작곡의 길에 들어섰죠. 그러면서 동요작곡연구회가 매년 여는 발표회에서 작품을 선보이게 되었어요. 작곡의 매력은, 내가 만든 곡이 누군가에게 감동으로 전해질 수 있다는 거죠. 

따로 음악을 전공한 건 아니에요. 대학 때 배운 통기타를 들고 떠오른 악상을 악보로 옮기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영화를 보거나 시집을 읽고 영감이 떠오르면 음악으로 표현해보고요. 그러다 가족들이 모두 잠든 저녁 고요한 방에서 이뤄지는 저만의 취미가 되었죠. 

하루 중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생활하다보니 주 관심사가 아이들이에요. 소풍 관련 동요는 많은 것 같은데, 운동회 노래는 별로 없네? 아이들이 요즘 가장 원하고 바라는 게 뭐지? 같은 생각들이 작곡의 원천이 되어서 동요로 나와요. 

처음에는 유명한 동시 작가들의 시를 노랫말로 따 왔고, 간혹 반 아이들이 쓴 시를 가지고 동요를 만들기도 했어요. 작년 우리 반이었던 1학년 학생의 시 ‘학교 가는 길’을 노랫말로 작곡을 했어요. 고대하던 입학을 했지만, 코로나19로 학교에 잘 나오지 못해 아쉬운 마음을 담은 시랍니다. 자신의 생각과 말이 노래로 태어나니까 아이들도 신기해하며 좋아하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꿈꿀 수 있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동요를 많이 만들고 싶어졌어요. 그런 바람이 통했는지 제가 작곡한  ‘달빛화가’가 2019년 KBS 창작동요제 본선을 통과해 우수상까지 탔어요. 전국 방송을 타고 곡이 흘러나올 때 무척 감격스럽더라고요.

동요뿐 아니라 장르 불문 다양한 작곡에도 도전하고 있어요. 소재는 ‘지금’이에요. 세월호 참사, 코로나19 등을 주제로 한 가곡, 국악을 발표했고, 작년에는 여순사건을 소재로 ‘진혼’이라는 추모음악을 만들었어요. 광주 5·18을 상징하는 ‘님을 위한 행진곡’이 있듯, 여순 10·19도 대표할 만한 노래가 있으면 좋겠어요. 저는 여수 토박이에요. 여수 관련 곡들을 쓰고 있는데, 12월 ‘섬을 노래하다’는 주제의 발표회에서 선보일 예정이에요. 

좋아하는 작곡을 통해 제 일상이 더 행복해졌어요. 우리 아이들도 교실에서, 학교에서 ‘지금’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유예시켜선 안 되니까요. 아이들의 ‘오늘’이 동요처럼 아름다울 수 있도록 매일매일 일상에 음표를 붙여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글·사진 김우리

 

조승필 교사가 작곡한 ‘코로나 극복, 희망의 노래’는?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 조승필 교사는 지난해 ‘그래도 봄은 다시 오는구나’라는 곡을 유튜브 음악채널 ‘필뮤’에서 발표했다. 노랫말은 오랫동안 음악작업을 함께해 온 광양제철초 고종환 교사가 지었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현재의 상황과 이를 극복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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