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교육지원청 가야금 전수자반 이채은 학생

정악 계통의 음악에서 단조롭게 쓰이던 가야금을 다양한 주법과 농현법 개발로 다채롭고 풍부한 표현을 가능케 한 ‘가야금 산조’의 창시자 악성(樂聖) 김창조 선생. 영암은 선생의 고향이자, 그의 계보를 잇는 김병호, 한성기, 김죽파 등 가야금 명인들을 배출한 전통음악의 옥토(玉土)다. 가야금 산조의 틀을 완성한 본고장답게 영암은 전통음악 계승 발전에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곳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가야금 신동이 있다. 전통음악을 통해 미래를 꿈꾸는 영암초 이채은 학생(4학년)을 만나봤다.  

이채은  영암초 4학년. 인간문화재 양승희 명창에게 가야금 병창을 전수받고 있다. 8살에 가야금을 시작해 1년 만에 전수자반에 진급했다. 가야금을 튕기며 노래 부르는 일에 푹 빠져 있다. 가야금병창 인간문화재가 되는 게 현재의 꿈이다.  

영암은 어렸을 때부터 가야금을 배우는 친구들이 많아요. 가야금을 접할 기회도 많고 배우고 싶으면 지원을 많이 해주거든요. 8살 때 가야금을 처음 봤어요. 친구 재희 집에 놀러 갔는데 전수관에 다니면서 가야금을 배우고 있다고 자랑을 했어요. 줄을 뜯을 때 나는 소리가 너무 좋았어요. 부럽기도 했고요. 그날 집에 와서 전수관에 보내달라고 졸랐어요.

배우는 데 비용 부담이 없어서 바로 시작할 수 있었어요. 전수관에서 개설한 기초반에 들어갔죠. 가야금은 전수관에서 비치해둔 걸 사용했고 지도비도 무료였어요. 가야금은 신기하고 아름다운 악기에요. 오동나무 공명판에 매인 열두 줄의 명주 줄을 손가락으로 뜯으면 고운 소리가 나죠. 내 손으로 소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어른들은 제가 가야금에 소질이 있다고 말씀하세요. 저는 그냥 재밌어서 집중할 뿐이에요. 재밌으니까 자꾸 연습하게 되고 자연히 실력이 늘었던 것 같아요. 한번 연습하면 길게는 3시간도 집중해요. 힘들지 않냐고요? 연주에 몰두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가서 지루할 틈이 없어요.

1년 만에 기초반에서 전수자반으로 옮겼죠. 9살이 전수자반에 들어가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하셨어요. 전수자반에서 제가 제일 어려요. 초등학교 고학년 언니부터 중학생, 고등학생 언니들과 함께 배워요. 언니들이 막둥이라고 예뻐하고 잘 챙겨줘요.(웃음)

양승희 명창에게서 전수받는 이채은 학생
양승희 명창에게서 전수받는 이채은 학생

가야금과 전통음악을 두루 배우고 있어요. 작년 8월부터 본격적으로 12현 가야금, 25현 가야금, 정악 가야금, 가야금 병창, 가야금 산조를 익히고 있죠. 가야금 전수자반은 현의 수가 다른 가야금을 두루 다룰 수 있어야 하고, 창도 할 수 있어야 해요. 저는 그 중에 가야금을 뜯으며 창을 함께 하는 가야금 병창을 제일 좋아해요.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한다는 건 너무 멋진 일이죠.  

2019년부터 여러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했어요. 첫 해는 대한민국가야금병창대제전과 제8회 영암김창조전국국악대전에 참가해 장려상과 우수상을 받았어요. 한번 출전하고 상을 받고 나니 더 열심히 하고 싶었어요. 작년에는 대한민국가야금병창대제전 판소리체험마당에서 개인 부분 대상을 수상했어요. 제9회 영암 김창조가야금전국대회 초등부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대상, 우수상을 받았고요. 그 밖에도 여러 전국대회에 출전하면서 실전 경험을 쌓고 있어요. 

더 열심히 연습해서 존경하는 김창조 선생님과 김죽파 선생님, 그리고 제 스승님처럼 위대한 실력을 갖추고 싶어요.

인간문화재 양승희 선생님께 가야금 병창을 배우고 있어요. 영암교육지원청의 지원으로 매주 토요일에 수업이 있죠. 사실 양 선생님은 다른 지역 친구들은 사비를 들여서도 못 모시는 유명하신 분이에요. 저는 공짜로 배울 수 있다는 게 행운이죠. 양 선생님은 늘 친절하게 지도해 주시고 격려를 아끼지 않으세요. 선생님의 뒤를 따라 영암 최초 가야금 인간문화재가 되는 게 제 꿈이에요. 더 열심히 배우고 닦아서 우리 전통음악을 계승하고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정리 윤별 사진 마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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