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사람’ 남긴 것

팔금초 선배님의 마지막 선물

신미애(신안 팔금초)

 

“어머니도 팔금초를 졸업하셨고 지혜로우신 분이셨어요. 여러분도 똑똑하고 건강하게 자라 대한민국의 훌륭한 인재가 되기를 바라요.” 박성기 씨가 학생들을 애틋하게 바라봤다.

그의 모친은 최옥덕 여사다. 올해 초 소천하셨다. 소박한 장례식이 열렸다. 여러 사람들이 조의를 표했다. 장례비용을 치르고도 남았다. 박성기 씨와 형제들은 고민했다. 어머니의 생전 유지를 받들고, 선친들의 뜻을 이어가기로 했다. 자녀들은 팔금초에 2천만 원을 학교발전기금으로 전달했다. 

사실 고 최옥덕 여사의 가계는 팔금면에 정평난 나눔의 명문가다. 박성기 씨의 외할아버지 월촌 최양호 선생은 팔금초에 교문을 세웠다. 이종사촌들은 월촌장학회를 결성해 매년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금까지 400여만 원을 기부했다. 선행이 3대에 걸쳐 이어진 것이다.

팔금초 3회 졸업생, 최옥덕 여사의 마지막은 후배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어머니의 49재를 모시고 자녀들이 어머니의 모교를 찾아온다는 소식을 들은 학생들은 손편지를 준비했다. “최옥덕 선배님처럼 커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 될게요. 장학금에 담긴 유지를 마음에 품고,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김서윤 어린이의 편지 내용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힘든 요즘, ‘사람이 희망’임을 느끼게 한 일이었다. 미국 시인 랄프 왈도 에메슨은 진정한 성공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썼다.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떠나는 것, 이 땅에 잠시 머물다가기 전 단 한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고. 

팔금초에서 만난 ‘성공한 사람’의 마지막 모습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못해요”에서 “어, 되네?”까지 걸리는 시간

기초학력 지도 선생님들과 나누고픈 이야기

최은경

 

나는 교육복지사다. 교육복지사는 사회적 약자 위치에 처한 학생의 교육적 성장을 돕는다. 학생이 취약한 점을 극복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하거나 지역사회와 연계한다.

2019년 한 아이를 만났다. 그 아이는 3학년이었다. 아직 한글을 못 뗐고 글자를 그림처럼 그렸다. 체육시간을 가장 좋아했고, 말도 조잘조잘 제법 잘했다. 

Wee센터, 특수교육지원센터,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을 오가며 각종 검사를 했다. 난독증은 아니었다. 그래도 공부 이야기만 나오면 “난 못해요”부터 나왔다. 그해 여름방학, 한글집중수업을 열었다. 그 아이를 빼고 나머지는 1학년이었다. 아이가 자존심 상하지 않을까 염려했다. 기우였다. 자연스레 무학년제처럼 서로 동화됐다. 한글공부를 자석놀이로 접근했다. 자음, 모음 자석을 붙이며 동생들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아이는 힘껏 집중했다. “어, 되네?” 어느 순간 아이의 입에서 감탄사가 나왔다. ‘해낸 것’이 신기한 냥 눈빛이 반짝였다. “그거 봐. 너도 할 수 있다니까!”

올해 그는 5학년이 되었다. 학기 초, 진단평가에서 국어과목 기초학력을 통과했다. 도움 주신 학습클리닉 선생님이 가장 기뻐하셨다. 

돌이켜보니, 아이가 한글을 못 읽은 가장 큰 걸림돌은 마음에 있었던 것 같다. “어, 되네!”라는 경험이 “못해요”를 물리쳤다. 그리고 새로운 도전의 발판이 됐다. 아이는 지금, 꿈꿨던 운동부에 들어 활기차게 학교를 다니고 있다.

‘취약’의 반대는 ‘회복’이라고 한다. 물론 취약을 극복하는 덴 힘이 많이 든다. 그러나 피하지 않고 노력해 가다보면, ‘어, 되네?’의 시간이 온다. 반드시…. 내 경험이 기초학력 지도에 오늘도 열심인 선생님들께 작은 위안으로 다가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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