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과 영화 제작하는 이충현 선생님

마흔한 살에 초등교사로 첫 발령을 받았어요. 30대 후반 교대 진학 전까지 생각도 삶도 자유로운 편이었죠. 교사가 된 후 아이들과 함께 영상 제작에 의기투합할 수 있었던 건 20대에 연극에 빠져 살았던 영향이 클 거예요. 연극이나 영화는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의 조화로움을 통해 만들어지는 종합예술이죠. 아이들은 제작 과정을 통해 ‘함께’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를 체험으로 느끼면서 성장 발전해 나갑니다. 방과후 영화제작부를 운영하는 데 시간과 열정을 쏟는 이유기도 하고요. 

우연한 기회에 아이들과 영상 제작을 하게 됐어요. 2015년 늦깎이 초임교사로 순천 성남초로 발령을 받았는데 학교 방송 시설이나 방송반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었어요. 연극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덥석 맡아 보겠다고 했죠. 무슨 용기였는지 모르겠어요. 저도 방송 장비는 처음이었거든요. 그래도 흥미로웠어요. 간단한 학교 뉴스부터 제작했어요. 아이들도 저도 배워가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재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

이충현  순천 좌야초 교사. 전임지였던 매안초에서 방과후 수업으로 영화제작부를 이끌었다. 학생들과 유튜브 채널 ‘충현쌤과 아이들’을 함께 운영하며 단편영화, 브이로그, 학교뉴스 등을 게재하고 있다. 특히 영화 『산성용액』은 조회수 1,961만회를 넘길 정도 인기폭발!
이충현 순천 좌야초 교사. 전임지였던 매안초에서 방과후 수업으로 영화제작부를 이끌었다. 학생들과 유튜브 채널 ‘충현쌤과 아이들’을 함께 운영하며 단편영화, 브이로그, 학교뉴스 등을 게재하고 있다. 특히 영화 『산성용액』은 조회수 1,961만회를 넘길 정도 인기폭발!

매안초 부임 후부터 본격적으로 영상 제작에 뛰어들었어요. 우리반 여학생이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영상을 올리는 게 요즘 트렌드라고 하더군요. 바로 채널을 만들었죠. 채널명이 ‘충현쌤과 아이들’이에요.

방송반(학교 뉴스), 영화제작부(영화), 학급 아이들  (교육과정, 브이로그)로 나눠서 유튜브 채널에 영상을 올렸어요. 특히 영화제작부는 시작부터 아이들의 큰 관심을 받았어요. TV 속 배우처럼 멋진 모습으로 화면에 비칠 거라는 막연한 환상이 있었나 봐요. 지원자가 많아 오디션도 열었죠. 시나리오 작업부터 촬영, 조명, 분장, 소품 등 영화 제작에 필요한 다른 분야들도 아이들이 맡아요. 저는 아이들이 모든 과정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조력자일 뿐이죠. 교사가 주도하고 제작 대부분을 관여한다면 그건 ‘아이들의 영화’가 아니니까요. 

영화 촬영 중인 학생들
영화 촬영 중인 학생들

아이들의 시선에서 그 또래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길 바랐어요. 저의 바람이 통한 것 같아요. 2018년 처음 영화를 업로드하고 1년 만에 구독자가 만 명을 넘겼어요. 특히 첫 해 제작한 좀비 영화 <산성용액>은 현재 조회수 1,961만회를 기록했어요. 그밖에도 단편영화 <우리의 여름>, <마스크>도 인기가 많죠. 초등생들 사이에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다네요(하하). 그 나이 학생들이 공감하는 부분이 영화에 녹아있다는 얘기겠죠.

몇 작품은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대한민국청소년영화제, 서울구로국제어린이영화제, 전남교육 UCC영상대회에서 수상도 했어요. 현재 채널 구독자가 6만6천여 명이랍니다. 전남에서 구독자가 가장 많은 채널을 가진 교사죠. 아이들이 만들어낸 기적에 놀랄 따름이에요. 

아이들이 성취감을 느끼는 것은 물론이고, 중학교 진학 후 영상분야 진로를 꿈꾸는 친구도 생겨났어요. 교사로서 보람되고 감사한 일이죠. 올해 3월 순천 좌야초로 전근을 와 영상 제작 기반을 다시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다시 출발선에 서 있지만 영화 제작을 통해 공동체 의식, 배려, 사랑을 가르치는 교육 방식은 이어져야죠.^^

정리 윤별  사진 마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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