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전남교육공동체 여러분, 반갑습니다.

1980년 5월, 광주·전남 시도민들은 신군부의 불의에 맞서 싸웠습니다. 밥과 피를 나누는 항쟁공동체를 일궈 세계 민주주의의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와 번영은, 오월의 희생 위에서 싹 튼 꽃입니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그리고 저를 포함해 살아남은 이들은, 5·18에 큰 빚을 지고 있는 것입니다.

오월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역사 왜곡에 맞서 5·18의 진실을 알고, 알리고, 기억해야 합니다. 알고 알리고 기억하는 일이 교육의 본령입니다. 크게 진 빚을 갚아 나가는 유일한 실천이기도 합니다.

지난 4월 16일에는 목포신항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했습니다. 19일에는 목포 4·19기념탑에 참배했습니다. 5월 1일 목포 정명여고에서 열린 ‘박승희 열사 30주년 추모제’에도 다녀왔습니다. 추모에만 머물지 않고, 영령들의 바람을 실천하겠다는 다짐도 함께 했습니다.

철학자 사르트르는 ‘정의는 기억 속에서 실현된다’고 했습니다. 기억을 보존하고 되살리지 않고는 진실을 밝혀내고 정의를 세울 수 없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기억하고 행동하는 일을 앞장서 주신 전남의 학생, 교직원, 전남교육공동체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기억할 일이 또 있습니다. 미얀마 군경이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민들을 학살하고 있습니다. 5·18민주화운동을 경험한 우리는, 미얀마 국민들의 얼굴에서 1980년 5월의 치열한 슬픔을 봅니다. 전국 청소년 518명이 먼저 ‘미얀마 청소년을 더 이상 죽이지 말라’는 연대성명으로 기억의 물꼬를 텄습니다. 미얀마 상황을 알고 알리고 기억하는 내용을 올해 5·18 계기 교육에 보태겠습니다. 

 

아이들의 성장 근육, 기초학력을 키웁니다

5월은 ‘성장의 달’입니다. 교과학습·체험학습·생활교육 등 코로나19로 흔들렸던 교육활동의 일상을 회복해야 합니다. 아이들의 성장을 가시화하는 시기로 만들어야 합니다. 코로나19 시대 비대면 수업 장기화로 학력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최근 언론보도가 있었습니다. 한 교육시민사회단체가 전국 학교를 조사한 ‘2020학업성취도평가’ 결과에 그 실상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중학교에서는 중위권이 많이 줄고 상·하위권 학생 비율이 동시에 늘었습니다. 특히 고등학교는 하위권이 크게 늘어났다고 합니다.  

문제는 ‘기초학력’입니다. 기초학력은 학교교육과정을 통해 갖춰야 할 성취기준입니다. 동시에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학습능력입니다. ‘학생의 배움과 성장에 필요한 근육’입니다. 전남교육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올해 3월 초3~중3 학생을 대상으로 ‘읽기, 쓰기, 셈하기’ 등 3R’s 평가를 실시했습니다. 2019년보다 초3~6학년 미달학생 비율이 상당 폭 줄어든 결과를 얻었습니다. 코로나 상황에서 일군 고무적인 결과입니다. 학교 구성원들의 빈틈없는 방역으로 매일 등교하는 학교가 85%를 넘어선 덕분입니다. 

전남의 교육공동체가 기초학력 책임보장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헌신적으로 노력해줬기 때문입니다. 전국 최초 기초학력 전담교사제 도입, 초1~2학년 담임교사 전원 대상 문해력·수해력 직무연수, 학급당 학생 수 25명 이하 감축 같은 창의정책이 선제적으로 실행된 결과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동안 상당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했지만, 기초학력 부진 학생이 적지 않습니다. 대책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를 위해 전남교육은 기초학력 문제를 복지와 인권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학습지원과 함께 아이들에 대한 복지를 확충하고, 정서적 치유나 심리적 지원 등 다원화된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맞춤한 개별 학습지원을 원칙으로 하고, 그 방법도 티칭teaching에서 코칭coaching으로 전환합니다. 개별 학습관리·진단 플랫폼 구축도 서두르고 있습니다. 대학생 멘토링제 같은 일대일 맞춤형 대면 보충지도, 교원 재교육 등을 염두에 두고 전남대·순천대·목포대·광주교대의 미래교육센터 등과 협력해 과제도 발굴해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창의융합교육원에서 개발하고 있는 학습플랫폼에 대한 교직원과 학부모님들의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여수 거문초 신축을 기념하며 학생들과 함께 찍은 단체사진
여수 거문초 신축을 기념하며 학생들과 함께 찍은 단체사진

 

방역도 교육입니다

코로나19 상황이 여전히 안심할 단계가 아닙니다. 전남은 다른 지역에 비해 매일 등교하는 학교가 가장 많습니다. 교직원뿐 아니라 학원·방과후수업 강사 등 모든 교육 관계자들께서는 방역에 더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주시길 바랍니다. 

존경하는 전남교육공동체 여러분, 알고 알리고 기억하는 교육의 본령에는 민주주의, 교육복지, 학력신장 등이 모두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교육은 서로 돕고 어우러지는 사회인이자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는 과정일 것입니다.

마침 5월은 첫 날 노동절에 이어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부부의날, 성년의날 등 ‘서로 돕고 어우러지는’ 인간관계를 돌아보는 날이 많습니다. 소중한 인연을 서로 확인하며 더 깊고 유쾌한 관계로 가꾸시길 바랍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몸과 마음, 일과 삶의 균형을 잡아가는 5월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1년 5월 

전라남도교육감 장석웅

저작권자 © 전남교육소식 함께꿈꾸는미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