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백신 개발의 중추, 화순생물의약연구센터

전남 화순군 화순읍 남쪽에 자리한 화순생물의약산업단지. 언뜻 고요해 보이는 이곳은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맹활약 중인 한국 백신산업의 최전선이다. 국산백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화순생물의약산업단지의 위상은 매우 크다. 연구·개발부터 생산까지 모든 단계의 지원기반을 갖추고 있고, GC녹십자, 한국화학시험연구원 등 굵직한 의약기업과 연구기관 10여 곳이 입주해있다.

그중 가장 먼저 둥지를 튼 (재)전남바이오산업진흥원 생물의약연구센터(이하 생물의약연구센터)는 산단의 베이스캠프와 같다. 2007년 전라남도 출연기관으로 출발해 ‘GMP* 공장동’을 건립하고, 관련 장비 364대를 갖췄다. 이곳은 유전자재조합의약품, 세포배양의약품,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백신을 다루고 있다. 또 의약기업이 개발한 신약의 임상시료 등을 위탁생산하고 있다.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식품·의약품의 안정성과 유효성을 보증하는 우수식품·의약품 제조·관리의 기준

전남생물의약연구센터 이·화학기기분석실에서 품질 분석을 하고 있는 연구원
전남생물의약연구센터 이·화학기기분석실에서 품질 분석을 하고 있는 연구원

신약 개발 직후 관건은 약의 효능 못지않게 ‘과연 인체에 부작용이 없는가’이다. 그 여부를 알기 위해 수차례 검증을 받아야 한다.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비임상시험과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을 1단계부터 3단계까지 거친다. 이 때 만드는 약이 임상용의약품이다.

“일반 기업이 임상용의약품을 제작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기존 제품의 생산라인 가동을 멈추거나, 추가라인을 신설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우리 같은 CMO(위탁생산제조)에서 임상용의약품을 만들어 드립니다.”

이지은 품질관리팀장의 설명이다. 또한 임상용의약품은 품질, 안전성 및 유효성을 확보해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사람을 보호해야 한다. 때문에 약사법에 따른 GMP인증이 필수다. GMP 인증기관은 생물의약연구센터를 비롯해 전국에 몇 안 된다.


생물학, 미생물학, 유전공학 등 전문인력 모여

생물의약연구센터에서 일하는 연구원은 모두 39명이다. 연구개발, 생산지원, 품질관리, 기업지원팀이다. 코로나19 시국이라 이들이 느끼는 책임감의 무게가 남다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현재 국내 백신업체 10여 곳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했고, 이중 6곳이 임상시험을 승인 받은 상태다.

생물의약연구센터는 이중 한 업체의 백신 기술을 이전 받아 제조와 품질 시험을 마쳤고, 앞으로 품질시험 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생물의약연구센터는 바이러스를 취급할 수 있는 백신 제조시설인 ‘음압시설’을 갖추고 있어, 전국에서도 희소성이 큰 기관이다.

미생물 세포배양 원액의 상태를 점검 중인 연구개발팀 연구원
미생물 세포배양 원액의 상태를 점검 중인 연구개발팀 연구원

생산지원팀 연구원들은 GMP 제조·관리를 위해 아침부터 분주하다. GMP 현장의 일상은 철저한 확인과 기록에서부터 시작된다. 원자재 입고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각자 위치에서 과정부터 결과까지를 꼼꼼히 기록한다. 품질관리팀의 QA 연구원들은 GMP 운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수를 최소화하고, 교차오염을 막기 위해 시스템을 살핀다. 직원들의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도 맡고있다. QC 연구원들은 제품의 시험컨트롤을 책임지고, 이화학 및 미생물시험, 무균시험, 세포배양시험 등을 하며 제품의 품질을 ‘매의 눈’으로 확인한다.

연구개발팀 서자영 연구원은 지난 한 주 미생물 스케일업scale-up을 했다. 실험실에서 만든 소규모의 세포를 GMP 생산라인에서 쓸 수 있게끔 대량으로 키우는 작업이다. “세포를 키우며 ‘카운팅’을 합니다. 세포가 일정규모로 불어나 성장을 마치면 계대배양*을 해요. 공정은 모두 까다로워요. 특히 미생물 배양의 최적 조건을 잡는 게 가장 어렵죠. 산성도(pH), 온도 같은 변수를 바꿔보면서 수시로 확인을 합니다.” *계대배양=세포 증식을 위해 새로운 배양접시에 옮겨 세포의 대를 계속 이어서 배양하는 방법

연구원들은 연구실 일상점검 체크리스트를 꼼꼼히 작성한 후 시험에 임한다.
연구원들은 연구실 일상점검 체크리스트를 꼼꼼히 작성한 후 시험에 임한다.

생물의약연구센터는 훈련된 전문가들이 모인 조직이다. 주로 생물학, 미생물학, 생물공학, 유전공학, 생화학, 약학, 화학, 수의학 등의 관련자들이 근무하고 있다.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직원들이 근무하고있다.

생물의약연구센터에서 단지 동쪽 끝으로 가면 미생물실증지원센터가 나온다. 지난해 4월 3일 개소한 신규기관이다. 미생물실증지원센터는 생물의약연구센터와 비슷한 백신 전용 공공 CMO 기관이다. 2007년 생물의약연구센터 개소 후에도 관련 법제는 계속 수정되고 강화됐다. 달라진 국제규격에 맞춘 시설도 필요해졌다. 미생물실증지원센터는 그 시대요구를 반영해 문을 연 것이다.

생물의약연구센터 전경
생물의약연구센터 전경

출연기관은 서로 다르다. 생물의약연구센터는 전라남도와 화순군이 전남을 백신산업의 허브로 만들기 위해, 미생물실증지원센터는 산업자원통상부가 백신산업의 해외 진출을 목표로 설립했다. 미생물실증지원센터는 주로 미생물 배양을 기반으로 백신 임상시료를 개발한다. 연륜이 두툼한 생물의약연구센터가 미생물실증센터 개소 실무에 산파 역할을 했다.

첫돌을 치른 미생물실증센터는 시설과 장비 점검을 마치고 본격 GMP 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이미 중소 바이오기업 1곳의 임상시료를 개발했다. 현재 53명의 연구원이 근무하고 있다. 30대 초반이 대부분인 연구원들은 광주·전남을 비롯해 전국에서 왔다. 외부물질 격리와 환경 관리가 중요하다 보니 센터 출입통제가 철저하다. 공조시설을 가동해 철저하게 환경 유지와 관리를 하고있다. 꽃가루가 날리는 봄철, 습도가 높은 장마철엔 특히 주의해야 한다.


교육-병원-생물의약 기반 모두 갖춘 백신특구

교육-생물의약기반-병원을 갖춘 화순백신산업특구
교육-생물의약기반-병원을 갖춘 화순백신산업특구

화순 생물의약산업단지는 들과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주변이 워낙 한적해 보여 ‘뭐하는 곳이지?’ 하고 무심히 지나치기 쉽다. 게다가 바이오, 생물의약, 메디컬 등이 적힌 표지판들은 일반인에겐 생소한 용어투성이다. 그러나 이곳은 우리 삶의 질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는 분투의 현장이다. 코로나19 유행 2년째, 우리에게 마스크 없는 일상과 마음 놓고 친구와 어울릴 자유는 절실한 소망이다.

생물의약산업단지는 ‘화순백신산업특구’를 구성하는 한 축인 바이오클러스터이다. 다른 한 축은 메디컬클러스터의 핵심기관인 화순전남대병원이다. 얼마 전엔 전남대 의과대학도 광주에서 화순으로 옮겨왔다. 화순 백신특구는 교육-병원-생물의약 기반을 모두 갖춘 국내 유일의 백신산업특구가 됐다.

요즘은 유전자 재조합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했다. 과거 백신 개발에 10년 이상 걸렸다면 지금은 빠르면 1년도 안 돼 개발할 수 있다. 4종 이상의 해외 코로나19 백신이 상용화된 배경이다. 한국이 국산 백신을 개발하면 의료주권 확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그 밝은 미래의 청신호가 화순에서 발신되고 있다. 관록의 전남생물의약연구센터와 신규주자 미생물실증지원센터, 국산 코로나19 백신을 향한 두 곳의 불빛은 24시간 꺼지지 않는다.

글 이혜영 사진 마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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