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모르고 평생을 살아왔다. 가슴에 커다란 돌덩이가 앉아 있었다. 결혼 후 음식점을 하는데 남편이 은행에 가서 돈을 찾아오라고 할 때마다 차라리 죽고 싶었다. 멀쩡한 손을 놔두고 낯선 이에게 도움을 청할 때 얼굴이 뜨거워졌다. 배움이 절실했지만 용기와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55세, 목포제일정보중·고 평생교육원에 등록했다. 장사를 하는 상황에서는 시간을 내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 남편은 가게가 바쁜데 무슨 공부냐며 반대했다. 집안에 어려운 일도 닥쳤다. 그래도 포기하기엔 가슴에 맺힌 한이 너무 컸다. 남들 3년이면 끝날 초등과정을 마치는데 거의 11년이 걸렸다.

김경숙 여사(우)와 한글공부를 위해 매일 쓴 일기(좌)

글을 더듬더듬 읽을 수 있게 되었을 때 운전면허시험에 도전했다. 겨우 읽기 시작한 터라 어려웠다. 세 번째 겨우 시험에 합격했다. 합격통지를 받고 그 자리에서 대성통곡했다. 살면서 그렇게 기쁘게 눈물 흘린 적이 있었을까.

2021년 2월, 15년 만에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았다. 부모한테 받은 재산보다 학교에서 받은 재산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이 많았던 친정엄마는 7남매 중 맏이였던 나에게 어린 동생들을 맡기고 논밭에 나갔다. 덕분에 밥 먹고 살았고 동생들은 모두 공부할 수 있었다. 그것이 큰딸의 자랑이었지만 가끔은 서러웠다.
요즘엔 성당에서 미사 중간에 영어가 나오면 알아듣지 못하고 읽지 못하는 어르신들에게 가르쳐준다. 참으로 뿌듯한 일이다. 

이 글은 무안군 일로읍에 사는 김경숙(69세) 여사의 구술을 편집한 것입니다. 여사께서는 올해 목포제일정보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김경숙 여사의 도전과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 글쓴이 주

김광복(목포제일정보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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