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삶의 현장_ 강진땅심화훼영농법인

장미꽃이 자라고 있는 하우스

장미꽃은 2월, 5월, 12월이 성수기이다. 각각 졸업, 가정의 달, 연말이다. 축하나 위로, 감사나 관심 등 사람들은 감정을 꽃으로 대신 표현하곤 한다. 원래라면 가격도 이즈음이 가장 좋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코로나19로 각종 행사 등이 취소되면서 꽃 소비량이 크게 감소해, 화훼 농가의 어려움이 크다.

광주·전남 장미꽃의 90% 이상이 강진에서 나온다. 강진의 땅심화훼영농법인 조우철 회장은 20년 넘게 장미농사만을 짓고 있다. 법인 회원은 총 34명.

화훼농가는 요즘 매일 아침 7시에 장미 하우스로 출근한다. 농촌은 오전이 바쁘다. 꽃을 따고, 병충해 방제를 하고, 품질 선별 작업을 마치면 어느새 점심시간이다. 오후에는 하우스 등 시설물과 땅 상태 같은 장미의 생육 상황 등을 전반적으로 살피는 관리 업무를 한다.

강진에서 기르는 장미만도 60종에 이른다. 

장미는 햇볕을 좋아하는 작은 상록수이다. 일단 심으면 꽃농사를 아예 접을 때까지 계속해야 한다. 한 번 꽃을 따면, 45~50일 만에 다음 꽃을 딸 수 있다. 빨강, 하양, 노랑을 기본색(종)으로 하여 전 세계적으로 100종 이상의 장미가 있다. 강진에서 기르는 장미만도 60종 안팎에 이른다.

전남 곳곳에서 특화한 꽃들이 경제작물 역할을 하고 있다. 여수와 구례의 경우 안개꽃이 유명하다. 장흥은 카네이션, 해남은 알스토메리아 등을 재배한다. 다만, 지역 대표성을 지니고는 있으나, 강진의 장미처럼 전국적인 인지도를 갖고 있는 품종은 아니다.

품질 선별된 장미는 일주일에 세 번, 일·화·목요일 오전과 오후에 광주와 서울 경매장으로 떠난다. 4.5톤 전용 트럭에 1회 출하 당 130박스 정도를 싣는다. 한 박스에는 장미 30묶음이 담겨 있다. 한 묶음이 10송이이니 1회 출하에 3만 9,000송이 장미가 소비자를 찾아가는 셈이다. 그날 밤 12시에 경매가 진행되고 가격이 결정된다.

품질 선별된 장미는 일주일에 세 번, 일·화·목요일 오전과 오후에 광주와 서울 경매장으로 떠난다

장미의 꽃말은 열렬한 사랑(빨강), 순결·청순함(하양), 우정과 영원한 사랑(노랑)이다. 색깔에 따라 더 많은 꽃말이 있다. 꽃봉오리는 아름다우나 줄기에 가시가 있어 문학이나 예술작품의 상징장치로도 많이 쓰인다.
예컨대 자유·평등·박애의 시대를 연 ‘근대’ Modern times의 상징이 장미였다. 중세의 어둠을 혁파하려는 근대를 향한 운동력은, 가시 돋친 장미꽃처럼 위험한 아름다움이었다.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이 위험한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영화 <타이타닉>의 여주인공 극중 이름은 장미, 곧 로즈이다. 그녀는 뉴욕에 도착해 성family name을 바꾼다. 구시대의 신분질서가 담긴 옛 성을 버리고, 새로운 시대에 눈을 뜨게 도와준 남자 주인공의 성으로.

강진 장미의 최대 소비처는 광주나 서울 등 대도시이다. 농촌공동체의 건강한 땅심이 도시의 세련됨과 자유의 근거로 기능한다. 대지와 노동의 만남 없이는 세상의 어느 멋진 이야기도 성립할 수 없을 것이다.

강진땅심화훼영농법인 조우철 · 김정옥 부부

 

글 김은태  사진 마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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