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농산어촌 유학프로그램 현장을 가다

담양 봉산초로 유학 온 서울 학생들의 하루

 

3월, 서울에서 82명의 학생들이 전남으로 전학 왔습니다. 도시 학생들은 전남의 농산어촌에서 6개월 이상 지내며 학교에 다니고 다양한 교육활동을 체험합니다. 전남 학교의 인기 비결을 담양 봉산초에서 찾아보았습니다. 이 ‘일기장’은 담양 봉산초로 전학 온 서울 아이, 김준우·함규빈 학생이 들려준 이야기를 토대로 정리한 것입니다.

<관련기사 : 전남 유학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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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 학교가요

7시, 서울에서 보다는 조금 일찍 일어난다. 8시에 스쿨버스(에듀버스)가 오기 때문이다. 전남에 와서 오랜만에 가는 학교라 처음엔 일찍 일어나는 것이 힘들었는데, 며칠 해보니 괜찮은 것 같다. 사람들이 북적이지 않은 한적한 시골길도 지금은 익숙해졌다. 들판은 논을 갈아놓은 상태다. 며칠 전 마을 아저씨가 트랙터로 일하는 걸 봤다. 벼 심을 준비를 한다고 했다. 노란색 버스가 도착했다. 선생님이 마중 나오셨다.

"전남의 학교에선 농산어촌 학생들을 학교와 집으로 안전하게 바래다주는 에듀버스 에듀택시를 운영합니다."

 

09:00 모두가 참여하는 수업시간

우리반(4학년)은 나를 포함해 7명이다. 1교시는 국어시간. 책을 읽고 서로 퀴즈를 내는 수업을 
한다. 학생 수가 얼마 안 되니 발표시간이 몇 번이고 찾아온다. 골치 아픈 일이다. 발표하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았었는데, 친구들이 내는 문제를 맞히다 보니 어느새 내가 열을 내고 있었다. 나답지 않은(^^) 일 투성이다. 

이건우 교사 / "농산어촌 작은학교에서는 코로나19에도 여느 때처럼 학생들의 일상이 유지됩니다. 매일매일 등교하고 친구와 선생님을 마주합니다. 적은 수이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한 명 한 명 꼼꼼히 가르칠 수 있습니다."

 

#10:30 흙이랑 놀자

 

우리 학교 옆에는 달본산이 있다. 중간놀이 시간에 그 산에 오른다. 올라갔다 내려오면 20~30분쯤 걸린다. 1~3학년이 먼저 가고, 동생들이 내려올 때쯤 4~6학년이 간다. 여기 친구들은 막 뛰어간다. 예전에도 자주 왔다고 했다. 나는 산 타는 것이 싫다. 엄마에게 말했더니 엄마는 오히려 기뻐하시는 것 같았다. “운동하니까 좋잖아” 라고 하셨다. 학교 밖에 나가는 건 마음에 들긴 하다. 달본산에 가면 대나무도 있고 소나무도 있다. 꼭 동물들이 자고 있을 것 같다. 대숲에서는 죽순이 난다고 했다. 먹을 수 있다고 들었는데 아직 보지 못해서 궁금하다. 어른들게 여쭤봤더니 맛있다고 하셨다. 무슨 맛일까?

임금순 교장 / "전남의 깨끗한 자연환경은 도시 학생들에게 최적의 생태교육 공간을 제공합니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사계절을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면서 생태감수성을 쑥쑥 키울거예요."

 

#12:30 맛있는 급식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소불고기가 나왔다. 급식 시간이 제일 좋다. 반찬도 여러가지 잘 나오고 무엇보다 맛이 좋다. 교장선생님은 급식에 여기(전라도) 시골에서 나온 친환경농산물을 식재료로 쓰니까 건강에도 좋다고 하셨다. 조미료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정정아 영양교사 / "전남의 학교에선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지역의 싱싱한 농산물로 신토불이 밥상차림을 하고, 논지엠오(Non-GMO) 식단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15:00 재능을 키우는 방과후활동

봉산초에서는 전교생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방과후활동에 참여한다. 금관악기, 목관악기, 타악기 같은 악기와 운동, 미술, 소프트웨어 등을 배운다. 여기 친구들은 튜바, 호른, 드럼, 클라리넷 등 1개 이상의 악기를 잘 다룬다. 나중엔 관악 공연도 한다고 했다. 서울에서 온 나는 이제 튜바를 배우고 있다. 서툴지만 재밌다. 그런데 방과후수업을 다 들어야 해서 서울에서 학교 다닐 때보다 바쁜 것 같다.

김현유 교사 / "작은학교에서는 1인당 1대씩 태블릿을 보유하고 있어 소프트웨어 교육에도 강합니다."

 

#17:00 동네 한바퀴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다섯 바퀴나 돌았다. 너른 마당에서 드론도 날리곤 했는데, 얼마 전에 날개를 잃어버렸다. 아쉽다. 큰엄마(농가의 안주인)랑 배드민턴을 쳤다. 방과후교실에서 쌓은 실력 다 써먹어주겠어. 강스파이크! 호시탐탐 공을 노리던 장난꾸러기 고양이 톨이가 큰엄마가 받아치지 못한 공을 잽싸게 물었다. 
닭장 안 달걀 하나.  아싸~ 달걀 프라이 해먹어야지!  

마을주민 서미란 씨 / "아이가 우리집에 와 준 덕에 분위기가 더 왁자지껄 화기애애 해졌어요. 건강하고 안전하게 학교 잘 다닐 수 있도록 보살펴 줄게요. 우리 아이 키울 때보다 더, 주말이나 휴일 일정을 고민하게 되요.^^"

 

#19:00 저녁시간

큰엄마 음식 솜씨가 진짜 최고다. 여기서 처음 먹어본 음식들도 많은데 가리지 않고 골고루 먹고 있다. 밤 시간이 길다. 컴퓨터를 하거나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이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대신 숙제를 하거나 책을 읽는다. 거리가 깜깜하다. 까만 하늘에 별들이 무수히 반짝였다. 서울에서는 보기 어려웠는데…. 어서 자고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지. 

규빈이 엄마 신혜진씨 / "농촌의 한적한 삶을 꿈꾸다가도 불안했죠. 번쩍번쩍 하던 서울 한복판에서 살다 외지고 낯선 곳에서 살 수 있을까 조금 걱정했는데, 집주인이랑 절친됐어요."

마을주민 이연정씨 / "시골마을에 또래 친구가 생겼어요. 마음 맞는 이웃이 생겨서 너무 신나요. 먹을 것도 나눠먹고. 자녀상담도 서로 해요. 나중에 같이 제주도 여행도 갈 거예요."

<관련기사 : 전남 유학이 뜬다>

*이 일기장은 담양 봉산초 김준우, 함규빈 학생의 인터뷰와 학부모, 농가 주민, 학교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하루간 진행된 긴 촬영과 인터뷰에 기꺼이 응해준 두 학생들과 도움주신 신혜진 어머니, 서미란·이훈철 부부, 손승모·이연정 부부께 감사합니다. 그리고 담양 봉산초 임금순 교장 선생님을 비롯해 교직원분들께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정리 조현아 사진 최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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