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나를 찾는 여정,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포스터

사랑에 관한 영화다. 합하여 여섯 커플이 소개된다. 형식과 내용이 모두 다르다. 방향은 같다. 영화의 끝에 이르러 모든 사랑들 이 제자리를 찾는다.(영화의 시놉시스로는 일곱 커플이다. ‘여섯 커플’은 필자의 독해이다.) 

영화의 도입부에서 여섯 커플의 사랑은 둘쑥날쑥하다. 이미 사랑하고 있는데 지탱하기 힘들거나, 사랑이 찾아왔는데 알아보지 못하거나, 과거의 사랑이 모양을 바꿔 나타났는데 받아들이기 어렵거나, 등등이다. 

맺어지지 못하고 방황하는 사랑들, 그 이유를 영화는 ‘닫힌 정체성(identity)' 에서 찾는다. 지적인 정신과 의사 엄정화는 ‘무식한’ 강력계 형사 황정민을 원수처럼 대한다. 냉정한 사업가 천호진은 ‘자상한’ 파출부 진태현이 못마땅하다. 상대의 ‘정체성’이 자신과 맞지 않아서이다. 

열린 정체성에서 사랑으로 가는 길이 열린다. 내 정체성의 일부를 비워 그 자리에 다 른 사람이 들어올 장소를 마련함으로써 제각각이었던 커플들은 조화를 이뤄 하나가 된다. 나를 잃지 않으면서도, 더 나은 나로 진화하는 경로이다.

예컨대 돈만 밝히는 이기적인 극장주 주현은 마음씨 좋은 커피숍 여주인 오미희를 짝사랑한다. 극장주는 이벤트를 동원해 몇 차례 고백을 시도한다. 여주인은 그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극장주는 ‘떼돈’이 굴러 들어 오는 멀티플렉스 계획을 포기하고 단관극장 유지를 결심한다. 마침내 여주인은 신호를 알아차리고, 짝사랑은 서로 사랑으로 바뀐다. 닫힌 정체성을 열린 정체성으로 전환시킴으로써 사랑의 길이 열린 사례이다. 영화 속 모든 커플들이 이 과정을 거쳐 헝클어진 사랑을 가지런히 배열한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스틸컷

임창정-서영희 부부는 일심동체형 사랑이다. 서로 간에 100% 열려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임은 능력 있는 남편인 척 했고, 서는 남편의 무능을 발견 했으면서도 속아준다.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상대만을 생각하면서 나를 의도적으로 실종시킨 사례다. 임-서 부부는 역설적인 의미에서 ‘닫힌 정체성’이다. 조화는 구분을 전제로 한다. 구분되지 않으면 조화도 불가능하다. 내 정체성의 기초가 튼튼해야 상대를 향한 ‘열린’ 정체성도 가능하다. 서로의 가상한 노력들이 들통난 이후에, 그러니까 다른 계기를 통해 각자의 정체성이 ‘열려진’ 이후에 임-서 부부의 사랑은 다시 시작된다. 

주현(오미희), 천호진(진태현), 엄정화 (황정민), 김수로(김유정), 임창정(서영희), 윤진서(정경호) 커플이 등장한다. 괄호 바깥 사람이 관계의 변화를 주도하는 한 쪽이다. 괄호 안은, 표면적으로는 타자이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떤 이유에서든 세상살이 와중에 잃어버린 괄호 바깥의 다른 모습이 괄호안이다. 

예비수녀 윤진서는 지극한 성(聖)을, 아이돌스타 정경호는 한없는 속(俗)을 상징한다. 각자의 세계에서 망가져 둘은 병원에서 만난다. 예비수녀의 ‘미친’(말 그대로) 구애를 통해 둘은 서로에게 수렴하고 몸과 마음을 치유하게 된다. 성은 속을, 속은 성을 보완함으로써 각자의 정체성을 완성해간다는 에피소드이다. 

타자를 통해 보완한 것처럼 보이지만, 타자는 거울이미지처럼 좌우가 바뀐 자기 자신에 다름 아니었다. 이 이야기 구조 또한 다른 커플의 사례에서도 동시에 구현된다. 결국 사랑이란, 타인의 마음을 얻는 형식으로, 버렸거나 포기했거나 잃어버린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라고 말하는 영화가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이다. 

추신. 겨울은 시간의 종말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모든 계절 속에는 다른 계절의 속성이 내재되어 있다. 계절들의 열린 정체성이 시간과 태양의 도움을 받아 다른 계절들을 잉태하고 출산하고 키운다. 깊어가는 이 겨울은 어린 봄이고, 다가올 봄은 성숙한 겨울이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너고, 너는 나라는 성찰을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얻는다. 해를 넘기는 전환의 계절에 이 영화를 소개하는 이유이다. 


글 이정우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All For Love(2005)

장르_ 로맨스/멜로/코미디
상영시간_ 129분
감독_ 민규동
주연_ 주현, 오미희, 천호진, 진태현, 엄정화, 황정민, 김수로, 전혜진, 임창정
등급_ 15세 이상 관람가

여러 커플들의 사랑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려낸 영화. 곽 씨네 하우스, 아메리칸 불독, 소년 소녀를 만나다, 천사의 도전, 낭만파 부부, 소녀들의 기도, 금지된 장난 등 7편의 단편들이 촘촘하게 엮여 전개된다. 한국판 ‘러브액 츄얼리’라는 별칭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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