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교육가족께 드리는 교육감 편지

반갑습니다. 전라남도교육감 장석웅입니다. 

2020년도 달력이 이제 한 장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엔 차마 아까운 시간” 

이 즈음을 표현한 나태주 시인의 시구에 공감이 갑니다. 한 해의 끝자락은 못 다 이룬 아쉬움과 함께 아직 남아 있는 희망이 교차 하는 계절입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경험하지 못한 여러 어려움들이 있었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져 학교 현장은 더없이 바쁘고 힘들었습니다. 지역민과 교직원들을 비롯한 모든 전남교육가족들의 헌신으로 유례없는 위기를 극복해가고 있는 중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따뜻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대전환기, 교육이 돌파구가 되어야 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우리는 지금  ‘4차 산업혁명 시대, 디지털 전환 시대, 포스트 코로나 시대’라고 하는 거대한 변화, 대전환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전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오래 지속되고 있습니다. 계층 간 이동성은 약화되고 사회적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습니다. 

교육격차는 더 커지고, 이 격차가 불평등을 확대 재생산하는 악순환 고리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교육을 통해 뭔가 새로운 출구를 찾지 않으면 안 되는 위험신호들이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남교육은 섬의 열악한 환경, 작은 학교가 많은 불리한 교육 여건이지만, 오히려 변방이 지닌 역동성과 자율성, 그리고 작은 규모가 가진 장점을 잘 살린다면 미래교육에 더 유리한 조건이 될 수 있습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저는 확인했습니다. 올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전남의 학교와 기관, 모든 교육가족들이 자신감과 희망을 보여주셨습니다. 이 에너지를 바탕으로 혁신을 넘어 미래로 도약해야 할 때입니다. 

도약을 위해 전남교육청은 향후 10년을 내다보고 교육 전문가와 전남교육가족이 함께 설계한 ‘미래교육 종합발전방안’을 내년부터 전남교육 전 영역에 걸쳐 단계별로 실천해 나갈 계획입니다.

 

혁신을 넘어 미래로 도약할 때입니다 

첫째, ‘기초학력 책임보장 및 학습격차 해소’는 모든 미래핵심역량의 기초이자 무엇보다 중요한 전제입니다. 히,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누적된 우리 아이들의 기초학력 부진의 문제, 학습 결손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초등 기초학력 전담교사제 확대, 그리고 기초학력지원센터 보강, 중학교 기초학력 지원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둘째, 디지털 전환에 대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디지털 활용 맞춤형 학습지원 체제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 교실 구축확대와 함께 도 단위 디지털교육지원센 터 설치를 검토할 시점입니다. 또한 지원청 내에 산재한 과학·수학·소프트웨어·발명 영재교실을 통합한 창의융합센터 구축에 속도 를 내고, 전문인력을 배치해 단위학교의 창의융합교육을 지원해야 합니다. 

셋째, 과감한 상상력으로 미래형 혁신학교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창의적 교육과정 운영, 공간 혁신, 지역사회 연계, 에듀테크 등 을 통해 전남 미래학교를 공교육 혁신의 거점으로 조성해야 합니다. 지금 진행 중에 있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나 통합운영학교도 미래학교의 큰 틀 속에서 추진했을 때 좋은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넷째, 지역 내 교육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역교육지원청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지자체-지역사회와의 교육협력을 위한 중간조직 구축, 지자체 협력 돌봄,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청 소속 공공도서관의 복합화 등 지역교육 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아울러, 고등학교 관련 제반 업무를 지원청으로 이관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서 지원청이 명실상부한 지역교육의 중심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다섯째, 이상의 정책들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위기와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문화와 운영 시스템의 혁신이 필요합니다. 의사결정은 신속하게 하고, 토론과 질문이 자유롭고 활기차게 떠다니는 ‘백화제방 백가쟁명百花齊放 百家爭鳴’ 조직을 만들어야 합니다. 
(백화제방 백가쟁명(百花齊放 百家爭鳴) 온갖 꽃이 만발하듯 수많은 학설이 자유롭게 토론하 며 발전하고(백화제방), 수많은 학자나 학파가 자유롭게 사상을 내세우는 것(백가쟁명)을 말한 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들이 서로 토론하고 발전해나가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열정을 우대하겠습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다 실패해도 책임을 따지기보다 격려하고 고무하는 적극행정을 권장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새로운 정책제안을 적극 장려하고 이에 대한 보상을 제공할 것입니다. 혁신적인 도전에 실패는 없습니다. 도전 그 자체가 이미 성공이기 때문입니다. 

조직은 정책 중심, 지원 중심으로 가야 합니다. 중복업무는 통· 폐합하고, 학교나 지원청으로 과감히 이양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행정과 인사에 대한 평가의 혁신이 필요합니다. 평가의 최고 기준은 '학생 중심’ 입니다. 해묵은 관성과 관행, 교직원의 기득권에서 벗어나, 학생 중심으로 교육의 제반 현안과 문제점을 살피고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의미있는 경험이 ‘삶의 나이’ 

이제 한 달 있으면, 우리 모두는 나이를 한 살 더 먹습니다. 나이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시간 기준의 나이, 신체의 나이, 정신 연령의 나이, 그리고 ‘삶의 나이’가 있다고 합니다. 

박노해의 시에 ‘삶의 나이’라는 게 있습니다. 터키에는 악세히르라는 세계적인 장수마을이 있는데, 그 마을 사람들은 묘비에 나이를 새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신 그 마을 사람들은 살면서 최고의 날이 있으면, 그 때마다 자기 집 문기둥에 금을 하나씩 긋고, 그가 세상을 떠나면 묘비에 그 개수를 나이 대신 새깁니다.

물리적 나이가 아니라 참된 삶을 산 횟수를 중요시 여기는 이곳 사람들에게서 배웁니다.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사는 동안 진정으로 의미 있는 사랑을 했는지, 잊지 못할 경험을 했는지가 ‘진짜 나이’이자 ‘사람의 품격’을 결정짓는다는 서늘한 진실을 배웁니다. 

살아가면서 스스로 참된삶을 살았다고 매길만한 숫자가 얼마나 될까 생각해 봅니다. 물리적 나이는 자랑할 게 못되지만, 참된 삶의 나이는 매우 자랑스러울 것입니다. 전남교육과 함께 했던 시간이 우리들 삶의 나이를 더하는 그런 날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장석웅 전라남도교육감

 

우리 모두는 리더이자 주인입니다 

코로나19, 기후위기 등으로 인해 이 시대는 불안정하고 예측불가능한 상황이 일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엇보다 앞서가는 ‘리더’가 중요합니다. 리더는 정상에 홀로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입니다. 지역민과 교직원 여러분께서 너나할 것 없이 전남교육의 리더이자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서로를 살피며 함께 갑시다. 기러기 군단의 비행처럼 함께 서로를 이끌면, 전남교육이 더 안전하게, 더 멀리, 더 높이 비상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리더로서 우리가 손잡고 머리 맞대어 전남의 미래교육, 혁신교육을 힘차게 이끌어야 합니다. 혁신은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멀리 와버릴수록’ 좋습니다. 전남교육의 전진과 진화를 발목잡고 있는 해묵은 관성·관행을 과감히 태웁시다. 
 

존경하는 전남교육가족 여러분! 

웃음을 아끼지 마시고, 웃음을 미루지 마시고, 매일매일 행복 한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바쁘시더라도 건강 검진과 독감예방 주사 접종 꼭 챙기시기 바랍니다. 우리 모두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0. 12.
전라남도교육감 장석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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