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동쪽 끝 여수 여안초등학교

여수 돌산 신기항에서 배를 타고 20여 분. 비렁길로 유명한 금오도 여천항에서 내려 다시 승용차로 20분 남짓 남쪽으로 달리면 안도가 나온다. 안도는 섬 모양이 마치 기러기를 닮았다 하여 ‘안도(雁島)’라 부르다가, 지금은 ‘편안할 안(安)’자를 써서 ‘안도(安島)’라 쓰고 있다. 안도대교를 넘으니 멀리 알록달록 여안초등학교가 보인다. 학교 뒤로 야트막한 산이, 교문 앞엔 너른 바다가 펼쳐 있다.

안도 사람들은 교육에 대한 열의가 강했다. 1922년 안도사립보통학교를 세웠다. 지금의 여안초다. 그동안 2,415명의 학생들이 여안초를 졸업했다. 섬에는 어족자원이 풍부했다. 외지 사람들도 섬을 찾아왔다. 인구가 늘자 1968년 분교장이 세워지고 1984년 병설유치원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후 농어촌 인구감소라는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했다. 약 100년이 지나 여안초는 전교생이 2명뿐인 작은학교가 되었다.

그네를 타고 노는 여안초 김진아, 김지혜 학생. 학생수가 적어도 행복하다.

“코로나19로 다들 힘들었잖아요. 동료들이 전염병 걱정없는 청정지역에 부임한 것을 다들 부럽다고 하더라구요.” 이명옥 교장이 웃으며 말했다. 그는 순천에서 근무하다 올해 초 안도로 부임해 왔다. 교장으로서 첫 발령이다. 우스갯소리를 했지만, 처음엔 막막했다고 한다. 섬 지역에 근무하는 것도 낯설었던 데다 전교생이 겨우 2명인 학교를 어떻게 운영해가야 하나 고민이 됐기 때문.

“아이들이 아름다운 것을 보고 자라야 아름다운 사람으로 커나간다고 생각해요.” 이 교장은 학생들이 살고 있는 아름다운 안도의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 있도록 자전거를 구입했다. 빛이 바래가는 학교를 화사하게 칠하고, 뒤뜰에 꽃밭을 가꾼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한 명의 학생이라도 소외시키지 않는 행복한 교육을 하자고 생각했어요.” 이 교장은 작아서 생기는 장점에 주목하고 이를 학교 운영에 접목했다. 바로 참여와 소통, 그리고 관심이다. 오전에 학교 구성원 전체가 모여 의견을 나누고 합의하면 오후에 곧바로 실행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여러 학교들이 학교운영위원회를 열지 못하고 있을 때도, 여안초의 학부모는 수시로 학교를 방문해 상담하고, 수업을 참관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담임인 손진숙 선생님은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좋은 점으로 꼽았다.

학교 밖과의 교류 통해 작은 학교 여건 보완

학생수가 적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점도 있다. 사회성 기르기는 여안초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청소년으로 자라는 것이 학력을 기르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② 여안초는 문화예술을 일상적으로 누리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중이다. ③ 방과후엔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운다. 학생 수가 적어 개인 지도를 받을 수 있다. (사진 여안초 제공)

“또래 친구들을 통해 다양한 생각을 듣고 자연스레 자신의 생각을 확장시킬 수 있어요. 우리 학교 같은 아주 작은학교에서는 아무래도 그런 부분은 아쉽지요. 그래서 학교에서는 교육과정 속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여안초는 ‘적은 수’란 단점을 교류로 보완하고 있다. 학생들은 모든 선생님과 함께 책을 소리내어 읽고 소감을 발표한다. 친구들과 대화할 기회가 적은 점을 감안한 독서교육이다. 방과후엔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다. 문화예술을 일상적으로 누리고 있는 것. 학교간 교류도 추진한다. 10여 분 거리에 있는 인접한 섬, 금오도 내 여남초와 협동학습을 준비중이다. “여남초는 전교생이 30명이 넘어요. 코로나19로 인해 실행이 지연되고 있지만, 학생들이 더 많은 친구들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 싶어요.” 이명옥 교장의 의지가 느껴졌다.

학생, 학부모, 교사, 교직원 등 학교 주체들이 자주 모여 협의한다

탐방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운영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매월 1박2일 전국 곳곳을 다녔다. 일본 등 해외 여행 경험도 쌓았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문화탐방 계획을 모두 실행하진 못했지만, 11월초엔 시작할 예정이다. “학생 수가 적다 보니 학교로 ‘찾아오는’ 체험활동들은 단체 인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무산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학교 담장을 넘는 교육이 여기서는 더 현실적인 셈이죠.” 최근 지향하고 있는 배움의 영역 확장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물론, 섬 학교는 육지 작은학교보다 교육 여건이 더 어려운 게 사실이에요. 특히 담임인 제가 출장이라도 가면 교장 선생님이 수업을 하셔야 해요. 날씨나 배편 등의 여건에 따라서 하루 출장이 여러 날이 될 수도 있고.” 손진숙 선생님이 말하자 “섬 지역을 순회하는 보건교사처럼, 섬 학교에 공석이 생길 때 수업을 해주는 강사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이명옥 교장이 덧붙였다.

그럼에도 학생과 교직원들의 표정이 밝다. “작아도, 섬이라도, 교사의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교육철학을 펼칠 수 있어요. 선생님들이 애정을 가지고 지원하셨으면 좋겠어요.” 손진숙 교사가 말했다. 다만, 그 전제조건은 ‘학교의 존속’이다. 공예가가 되고 싶은 김진아 학생, 의상디자이너를 꿈꾸는 김지혜 학생은 3년 후 여안초의 졸업생이 될 것이다. 이 학생들이 안도의 마지막 초등학생이 되지 않기를 바라본다.

앞줄 왼쪽부터 이명옥 교장선생님, 김지혜·김진아 학생, 뒷줄 손진숙 교사.

= 글·사진 최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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