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갱이 사냥 vs 저널리즘 다룬 영화 '굿 나잇 앤 굿 럭'

흑백 화면이다. 액션도 러브스토리도 놀라운 반전도 없다. 조지 클루니처럼 멋진 배우가 헐렁한 양복을 입고 안경을 쓴 채 조연을 맡고 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패트리시아 클락슨 등 유명 배우들이 화면에 가득하지만 그 역할이 특별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영화 <굿 나잇 앤 굿 럭>은 지루하지 않다. 

주인공 머로는 실존인물이다. 그는 1935~60년대 초까지 미국 CBS에서 활약했던 저널리스트이다. 1950년대, 머로는 조셉 맥카시 상원의원의 반민주·반인권적인 ‘빨갱이 사냥’에 맞서 싸웠다. 모두가 숨죽이고 있을 때 머로의 뉴스팀은 바른말을 전했고, 맥카시의 몰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굿나잇 앤 굿럭> 포스터

영화의 골격은 ‘머로’와 ‘맥카시’의 대결이다. 이 대결에서 파생된 긴장을 영화는 잘 전달하고 있다. 간결하게, 그러나 품위있는 언어로 맥카시의 허구를 폭로하고, 동시에 대중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야 하는 기자들의 노력을 보여준다. 머로의 보도, 한 대목을 들어보자. 

“국가와 개인의 관계라는 영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말렌 코프나 마오쩌둥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말렌코프와 마오쩌둥은 당시 공산주의 소련과 중국의 최고 권력이었다. 머로의 발언은, 국가와 개인이 충돌했을 때 근거도 없이 ‘빨갱이’ 낙인 을 끌어 들여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말라는 표현이다. 

<굿나잇 앤 굿럭>은 1950년대 CBS 방송국 뉴스팀의 실제 이야기를 다뤘다.

1950년대 미국의 이야기인데도 우리와 무관 하지 않다.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빨갱이’로 넘쳐났다. 나중에 확인해본 결과 ‘만들어진 빨갱이’가 대부분이었다. 지금이라고 해서 사정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현직 대통령조차도 ‘빨갱이’로 낙인찍는 세력, 그 세력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선출권력이 공개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머로 이야기를 하나 더 들어보자. 

“조사와 박해의 경계는 한 끗 차이이며, 위스콘신의 초선 상원의원(맥카시)은 거듭 경계를 넘었습니다. …(중략)… 고발이 곧 증거는 아니며 판결은 증거와 정당한 법적 절차에 의거합니다.” 

<굿나잇 앤 굿럭>은 1950년대 CBS 방송국 뉴스팀의 실제 이야기를 다뤘다.

위스콘신의 초선 상원의원을 한국의 ‘검찰’, 혹은 일부 ‘언론’으로 바꿔 읽으면, 최근 1년 사이에 벌어진 몇 가지 사건에 그대로 들어맞는다. <굿 나잇 앤 굿 럭>이 지루하지 않는 이유가 아마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70년 전 남의 나라 이야기가 오늘날 우리의 현실을 재현하고 있지 않는가. 

영화의 시작과 끝은, TV보급이 본격화되던 시기, 1958년 어느 방송인 모임의 연설로 채워진다. 그는 농담 한 마디도 없이 아주 딱딱하게 원고를 읽어 나간다. TV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차 있는 말들이 나온다. 요즈음 상황에 대비한다면 ‘유튜브’ 의 눈 먼 질주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TV를 통해 공부할 수 있습니다. 깨달음과 영 감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그렇게 쓰기로 할 때만 가능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TV는 번쩍이는 전선이 든 상자에 불과합니다. 굿 나잇, 앤 굿 럭~”

글 이정우

 

굿 나잇 앤 굿 럭 ㅣ Good Night, and Good Luck(2005) 
장르_드라마    상영시간_ 100분 감독_조지 클루니 출연_데이비드 스트라탄, 패트리샤 클락슨, 조지 클루니, 제프 다니엘 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프랭크 란젤라 등급_12세 이상 관람가 
냉전이 심각해지고 중국의 공산화, 한국전쟁 등이 발발해 1940~50년대 미국은 공산세력에 위협을 느꼈다. 이 영화는 1950년대 초반, 미국에서 대대적인 ‘빨갱이’ 색출에 나섰던 상원의원에 CBS 방송국 뉴스팀이 정면으로 도전해, 개인의 권리를 되찾은 과정을 사실적으로 담았다. 조지 클루니의 두번째 감독작. 연출, 각본, 배우들의 연기까지 훌륭해 베니스영화제에서 최우수각본상 등을 받았고, 이듬해 아카데미상 주요 6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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