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②_ 책임교육 전남의 기초학력 챙기기

코로나19가 불러온 교육환경의 위기, 그 중 하나가 기초학력 분야 ‘학습격차’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남교육은 특별 한 열정을 쏟았다. 기왕에 해오던 작업을 강화시키기도 했고, 전에 없던 새로운 방법을 개척한 것도 있다. 도교육청에서 추진한 보편적인 정책, 각급 학교와 교육지원청 및 지역공동체의 특화된 노력 등을 압축해 소개한다. - 편집자 주 

 

배움이 느린 아이들의 희망 될 것

 

“한 달 만에 받침 있는 글자를 또박 또박 읽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학교생활도 자신감이 넘치고 활발해졌다.”

읽고 쓰는 데 서툴렀던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 기초학력 전담교사의 ‘특별한’ 가르침을 받았다. 한글해득은 물론 학교생활까지 금세 좋아져 담임 선생님도 놀랐다고 한다. 

전남 기초학력 전담교사제, 전국 확대 출발 

이같은 변화는 ‘기초학력 전담교사제’ 효과다. 전남교육청이 올해 처음으로 도입했다. 한글 읽기·쓰기, 셈하기 등 기초학력 습득이 더딘 초등학교 1~2학년 학생을 전담교사가 개별적으로 가르치는 방식이다. 전담교사들은 학생 상태를 진단하고 성장과정을 관찰해 담임 교사와 긴밀하게 소통한다. 

전남 22개 시·군에 초등 정규교사 40명이 기초학력 전담교사로 배치됐다. 문해력 부문 34명과 수해력 부문 6명이다. 이 중 9명의 전 담교사들은 학교를 순회하며 학생들을 지원했다. 작은학교가 많은 전남의 특성까지 고려한 세심한 정책 추진이다. 

지난 1학기 도내 170명의 학생이 학부모의 동의를 얻어 기초학력 전담교사의 개별지도를 받았다. 객관적 진단 후 주 3회 이상 1:1 맞춤형 수업을 진행했다. 해당 학년 보통 수준까지 도달하는 것이 목표이다. 

성과는 컸다. 지난 7월, 전남교육청이 발표한 <2020년 상반기 기초학력 전담교사 운영 성과>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들은 4개 분야에서 고루 향상된 결과를 보였다.(왼쪽 그래프 참조)

기초학력 전담교사들은 초1~2학년 학생들을 개별적으로 가르친다. 그 결과 학생들은 4개 분야에서 고루 향상된 결과를 보였다.

전담교사로 활동하는 순천북초 신관희 교사는 “교실 수업에선 다소 집중하지 못했던 아이가 개별지도 과정에서는 눈을 반짝이며 관심을 보였다”며 “기초학력 전담교사 정책이  국적으로 확대되면 배움이 느린 아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신 교사의 바람은 현실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7월 30일, 시민단체 ‘좋은교육운동’은 “전남교육청의 기초학력 전담교사제를 적극 환영 한다. 기초학습 지원 정책에서 중요한 진전임과 동시에 학습지원 전담교사의 필요성을 입증한 사례”라며 “전국의 모든 학교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환영 논평을 냈다. 

또 8월 11일 교육부는 기초학력 전담교사제를 전국 모든 학교로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현재 국회에는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법률안 3건이 발의되어 있다. 모두 전남교육의 사례를 참고한 것이다. 
 

초 1~2학년, 가장 중요한 때를 놓치지 않는다

 

해남동초등학교는 ‘담임연임제’를 통해 기 초학력 향상에 접근하고 있다. 선생님 한 명이 초등학교 1~2학년 동안 연속하여 학생들을 지도하는 방식이다. 지난해에 부분적으로 도입했고, 올해는 1~2학년 모든 학급이 담임연임제를 실시하고 있다. 

해남동초는 담임연임제를 실시하고 있다. 담임연임제를 실시한 학급 학생들 전원이 기초학력 도달 기준을 통과했다.
해남동초는 담임연임제를 실시하고 있다. 담임연임제를 실시한 학급 학생들 전원이 기초학력 도달 기준을 통과했다.

초등학교 1~2학년 시기가 기초학력의 ‘골든타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국 교육과정평가원이 기초학력 지도교원 328명에게 물은 결과, 68.6%가 기초학력 부진 예방 시기를 초등학교 1~2학년이라고 진단했다. 

해남동초의 자체 조사도 이 진단을 뒷받침했다. 담임연임제를 실시한 학급 학생들 전원이 기초학력 도달 기준을 통과한 것이다. 그렇지 않은 학급의 경우 10% 가량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발생했다. 모든 학급으로 담임연 임제를 확대시킨 배경이다. 

담임연임제, 효과 톡톡

담임연임제를 추진하면, 담임교사는 2년 간의 연속성을 가지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문해력, 수해력, 인성교육 과정을 운영할 수 있 다. 2학년 새학기가 시작되더라도, 학생-학부모-선생님의 관계가 이미 형성돼 있어 학급경영, 수업지도, 생활지도가 훨씬 수월하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적응해야 하는 ‘신학기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학생 개개인의 여건을 선생님이 잘 알고 있어 특별한 탐색과정 없이 곧바로 생활지도, 인성 교육을 시작할 수 있다. 담임연임제 설문조사 결과 해남동초 학부모들의 81.2% 가 "만족한다"고 답했다.(그래프 참조) 

학부모 오정하 씨는 “초등 1~2학년은 아이들의 학교 적응에 너무나도 소중한 시기다. 2년이라는 긴 호흡으로 내 아이를 담임 선생님과 함께 충분히 보살핀다는 든든함, 편안한 마음 같은 것이 있다”고 말했다. 

 

지역사회도 기초학력 챙기기 나서 

 

전남교육의 기초학력 챙기기는 여러 주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여기저기에서 오늘도 계속하고 있다.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열정이다. 

전남의 초등학교들은 방학 기간 동안 기초학력 격차 해소 프로그램을 집중 운영했다. 1,700여 명의 학생들은 학교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국어, 수학, 영어 과목 집중 캠프에 참여했다. 캠프는 체험, 놀이 중심으로 운영되어 학생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마을-대학 손잡고, 전문인력 키우고

지역 대학 및 예비 교사들도 전남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챙겼다. ‘대학생 멘토링제’다. 대학생 멘토들은 멘티 학생들에게 기초국어, 기초수학 등을 가르치고, 학습코칭, 진로지도까지 돕고 있다. 전남기초학력지원센터는 광주교대, 지역 사범대와 연계해 한글 미해득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여수교육지원청은 전남대 글로벌교육원, (주)알에이치코리아홀딩스 와 네트워크를 만들어 학생들의 기초영어 학습을 돕고 있다. 전남대는 영어학과 대학생 30여 명을 선발해 양지초와 미평초에 영어학습을 지원한다. 여기에 필요한 온라인 영어 독서 프로그램은 (주)알에이치코리아홀딩스가 기부했다. 여수교육지원청은 참여 대학생들의 사전연수, 교통비 지원 등을 책임진다. 

(좌)전남기초학력지원센터는 광주교대, 지역 사범대와 연계해 한글 미해득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우)여수교육지원청은 전남대 글로벌교육원, (주)알에이치코리아홀딩스 와 네트워크를 만들어 학생들의 기초영어 학습을 돕고 있다.

전남 곳곳에서는 전문 강사가 자란다. 마을학교 교사, 전문상담사, 성인문해교육 강사, 학부모 등이 탄탄한 교육과정을 거쳐 ‘문해교육 전문 강사’로 성장 중이다. 함평·광양교육지 원청에서 약 50명의 전문 강사들이 탄생했다. 이들은 학교 현장을 지원하거나 마을학교 프로그램 및 소외계층, 다문화 학생 등을 위한 교육기부에 참여할 예정이다. 

지역 교육지원청은 언어치료사, 미술상담 치료사, 학습심리상담사, 난독증 치료사 같은 전문기관 상담사, 인턴 교사 등으로 학습코칭단을 꾸리고, 학생들의 마음까지 챙긴다. 학습코칭단은 초·중등 학습지원 대상 학생들의 특성을 고려해 학습을 돕고, 상담, 심리 정서 활동 등을 뒷받침하는 인력풀이다. 목포, 무안, 여수, 장흥 등 지역 교육지원청은 기초학력 지도 전문 역량을 키우기 위해 연수 과정도 진행하고 있다. 

정리 김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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