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분위기가 쓸쓸하다. 이미 봄이 한복판인데도 맘껏 누리지 못한다.
지면으로나마 꽃과 풀과 따뜻한 공기를 만끽했으면 한다.
절망이 우리 곁을 떠나가 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다시 그리움은 일어
봄바람이 새 꽃가지를 흔들 것이다

다시 그리움은 일어
봄바람이 새 꽃가지를 흔들 것이다

흙바람이 일어 가슴의 큰 슬픔도
꽃잎처럼 바람에 묻힐 것이다

흙바람이 일어 가슴의 큰 슬픔도
꽃잎처럼 바람에 묻힐 것이다

진달래 꽃편지 무더기 써갈긴 산언덕 너머
잊혀진 누군가의 돌무덤 가에도
이슬 맺힌 들메꽃 한 송이 피어날 것이다

진달래 꽃편지 무더기 써갈긴 산언덕 너머
잊혀진 누군가의 돌무덤 가에도
이슬 맺힌 들메꽃 한 송이 피어날 것이다

웃통을 드러낸 아낙들이 강물에 머리를 감고
오월이면 머리에 꽂을 한 송이의
창포꽃을 생각할 것이다
강물 새에 섧게 드러난 징검다리를 밟고
언젠가 돌아온다던 임 생각이 깊어질 것이다

웃통을 드러낸 아낙들이 강물에 머리를 감고
오월이면 머리에 꽂을 한 송이의
창포꽃을 생각할 것이다
강물 새에 섧게 드러난 징검다리를 밟고
언젠가 돌아온다던 임 생각이 깊어질 것이다

보리꽃이 만발하고
마실 가는 가시내들의 젖가슴이 부풀어
이 땅 위에 그리움의 단내가 물결칠 것이다

보리꽃이 만발하고
마실 가는 가시내들의 젖가슴이 부풀어
이 땅 위에 그리움의 단내가 물결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곁을 떠나가주렴 절망이여
징검다리 선들선들 밟고 오는 봄바람 속에
오늘은 잊혀진 봄 슬픔 되살아난다

그러므로 우리 곁을 떠나가주렴 절망이여
징검다리 선들선들 밟고 오는 봄바람 속에
오늘은 잊혀진 봄 슬픔 되살아난다

바지게 가득 떨어진 꽃잎 지고
쉬엄쉬엄 돌무덤을 넘는 봄

바지게 가득 떨어진 꽃잎 지고
쉬엄쉬엄 돌무덤을 넘는 봄

 

곽재구(시인)
순천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사평역에서>가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했다. 삶 속에서 드러나는 진지한 생의 풍경을 시 속에 섬세하게 작동시킨다는 평을 받는다.

사진 최성욱

저작권자 © 전남교육소식 함께꿈꾸는미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