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철학과 김양현 교수 칼럼

김양현 전남대 교수
김양현 전남대 교수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잘 가르칠 것인가? 교단에 선 사람이라면 늘 고민하는 문제다. 사실 이러한 질문은 나의 가르치는 행위가 적절하고 효과적인가를, 즉 나의 교수 활동이 적실한가를 따져 묻는 근본적인 물음에 속한다. 말하자면 가르치는 행위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문제인데, 이는 가르치는 자인 교사의 일상적인 삶에서 피할 수 없는 핵심적인 질문이라 하겠다.


인류 최초의 직업적 철학교사였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일찍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우리는 철학을 가르칠 수 없으며, 오직 철학하는 방법만을 가르칠 수 있다.” 이 얼마나 탁월한 통찰인가! 흔히 알고 있듯이,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말하자면 지식과 정보가 아니라, 그것을 구성하는 원리적 지식과 그것을 작동시키는 사유방식의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철학 교육에 한정된 일로 협소하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 세상 어떤 종류의 교육과정에도 적용될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로 읽어내야 하지 않을까!


지식과 정보 전달 중심의 주입식 교수법의 불가피성을 다소간 인정하더라도 교사의 삶 동안에 우리는 끊임없이 되풀이하여 묻고 또 물어야 한다. 교육의 목적은 무엇인가? 나의 교수 활동은 적실한가? 특히 오늘날 그 중요성이 널리 강조되는 통찰력, 문제해결능력, 그리고 창의력의 형성과 함양을 위해서도 새로운 태도와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문제의식은 교육현장에 이미 널리 유포된 의식이다. 새로운 교수법은 충분히 알려져 있으며, 또 상당 부분 교육현장에서 실천되고 있다. 그것이 없어서 혹은 그것을 몰라서 실천하지 않은 것은 아닐 것이다. 교수법의 혁명, 교실에서의 혁명은 일어날 수 있다. 오직 가르치는 자의 시도와 노력을 통해서만! 그래서 시도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실패인 것이다.

교육은 좋은 삶의 방식,

더 나은 생존의 방식,

성공적인 삶의 방식을 알려주는 활동

나는 교육경력 20년 이상의 베테랑 교수에 속한다. 교수생활이 10년쯤 되었을 때, 교수자로서의 근본적인 회의가 찾아왔다. 물론 그 주요 발단은 수업에 별다른 흥미도 동기도 없는 다수의 학생들이 제공했다. 열심히 가르치려고 하면 할수록 나의 실망감은 더욱 더 커졌다. 어떤 결단과 새로운 모색이 필요했다. 혼자만의 조용한 시도였지만, 가르치는 자로서의 생각과 태도를 바꾸기로 했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교실에서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회, 곧 사고방식의 혁명을 도모한 것이다. ‘앞으로 나는 가르치지 않겠다.’ ‘일방적인 주입교육은 포기하겠다.’ ‘이제까지 나에게 익숙한 교수자의 역할을 버리겠다.’ ‘이제부터 교수자가 아니라 촉진자, 협력자, 조력자, 안내자가 되겠다.’

 

익숙하지 않은 길을 가는 데는 적지 않은 두려움과 인내가 필요했다. 혼자만의 혁명도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내 안에서의 교육 혁명, 교실에서의 교수 혁명의 어떤 성과를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강의실에서 새롭게 얻은 기쁨과 만족감은 적지 않은 것이다. 학생들을 일방적으로 가르치지 않음으로써 이전보다 훨씬 더 행복하게 되었다. 학생들의 성장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즐거움이 생겼다. 학생들은 가만히 앉아 있는 대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생각한다. 삶은 활동이다. 활동이 없는 삶은 죽음이다. 교육은 변화와 성장, 그리고 성숙을 위한 활동이다. 교육은 좋은 삶의 방식, 더 나은 생존의 방식, 성공적인 삶의 방식을 알려주는 활동이다. 활동이 교육의 본질인 것이다. 교육의 목적은 참여자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활동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오로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활동을 통해서만 번성하고 성장한다. 교실 안에서 누구보다도 교육의 수혜자인 학생들이 훨씬 더 많은 변화와 성장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행위는 학생들이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교사들의 의식의 혁명, 생각의 전회를 통해서 학생들은 훨씬 더 많이 성장할 수 있다. 더 좋은 삶, 더 잘사는 삶, 더 행복한 삶은 인생의 목적인 동시에 교육의 목적이다. 이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래서 교사도 좋지
만 더 좋은 것은 선생님이다.

 

글. 김양현


소개  독일 뮌스터대학교에서 칸트철학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전남대학교 인문대학장과 범한철학회장을 역임했다. 주요 연구교육 분야는 실천철학, 윤리학, 응용윤리학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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