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장성동화초 택시운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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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장성동화초 택시운전사”
  • 전남교육소식
  • 승인 2019.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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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취재] 에듀택시 운전사, 박선자 씨와 함께한 등하굣길

#택시 타고 학교가요

택시 타고 학교가는 삼남매(이윤서윤아윤호)와 에듀택시 운전자 박선자 씨.
택시 타고 학교가는 삼남매(이윤서윤아윤호)와 에듀택시 운전자 박선자 씨.

오전 8시 30분, 장성동화초 4학년 이윤서 학생의 집 앞, 택시 한 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도 윤호가 늦잠 잤나 보네.” 운전사 박선자 씨가 말했다. 5분 후 삼남매가 달려나왔다. 윤서와 3학년 윤아, 7살 윤호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인사를 마친 아이들은 바삐 택시에 올라탔다. “선생님, 오늘도 우리 아이들 잘 부탁드려요.” 엄마가 박선자 씨를 향해 고개를 꾸벅였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착석한 것을 확인한 박 씨는 문을 닫으며 말했다. “아이고, 걱정마셔요~. 추우니까 언능 들어가셔요.”


윤서네가 있는 삼계면 사창리에서 장성동화초까지 자가용으로 15분쯤 걸린다. 10km쯤 되는 거리다. 통학 거리가 꽤 멀어 버스로 40분 정도 걸려 아직 7살인 막내에겐 조금 버거운 거리다. 올해 9월 동화초에 에듀택시가 생기기 전에는 엄마가 통학시켜주었다. “에듀택시가 생긴 덕에 아침에 시간적 여유가 생겨 집안일을 하거나 문화센터에 갈 수 있어요. 기름값도 아끼고. 호호.” 윤서 어머니 손영옥 씨가 말했다.


에듀택시는 학교 통·폐합으로 학생들의 통학거리가 멀어져 불편한 농어촌 지역 학생들을 위해 마련한 통학 차량 제도다. 전남교육청은 지난해 시범 운영을 거쳐 2019년 2학기부터 전 지역으로 확대했다.


동화초엔 5명의 학생들이 에듀택시를 이용하고 있다. 장소로는 두 가구. 경로가 전혀 달라 2대의 에듀택시가 달린다. 택시운전을 하고 있는 박선자 씨 부부가 아이들의 등하교를 맡고 있다. “집에 오면 얘들 이야기를 꽤 해요. 오늘 아이가 기분이 어떻더라, 감기에 걸렸더라, 이런 거요.” 그는 가끔 서로 코스를 바꿔서 운행할 일이 생기는데 부부라서 소통이 쉽다고 말했다.


택시에 탄 삼남매는 서로 하루 일과를 재잘댔다. “오늘 김장 준비하니까 이따 엄마가 학교에 오신다고 했어.” 맏언니 윤서가 말했다. “학생들이 김장도 담가?” 듣고 있던 박선자 씨가 깜짝 놀라자 아이들이 신난 듯 답했다. “가을에 학교에서 배추를 심었는데요. 엊그제 우리가 캤어요. 겁나 커요. 그거 잘라서 소금치고 해서 나중에 김장한대요.” 8시 45분, 학교 주차장에 도착했다. 택시 문을 열어주자 아이들이 폴짝하고 내렸다. “오후에 언제나처럼 아줌마가 데리러 올게~. 김장도 잘 하구.” 배꼽 인사 하는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어 배웅했다. “매일 보니까 손주 같고 그러지. 자식들이 결혼을 일찍했으면 요런 손주들 있을건디……. 요새는 아이들이 귀하니까 더 소중하지.” 

 

#제한적 공동학구제와 에듀택시의 시너지

어렸을 때부터 플룻을 배운 윤서(맨 오른쪽)는 집과 가까운 큰 학교 대신 플룻교실이 운영되고 있는 작은학교 동화초로 전학왔다. 전남교육청은 제한적공동학구제를 시행해 큰 학교 학생들이 주소를 옮기지 않고도 작은학교로 선택해 입학 또는 전학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플룻을 배운 윤서(맨 오른쪽)는 집과 가까운 큰 학교 대신 플룻교실이 운영되고 있는 작은학교 동화초로 전학왔다. 전남교육청은 제한적공동학구제를 시행해 큰 학교 학생들이 주소를 옮기지 않고도 작은학교로 선택해 입학 또는 전학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오후 1시. 보통은 4시 20분인 하굣길이 조금 당겨졌다. 특별활동을 하는 날엔 종종 시간이 달라지기도 한다고. “선생님이 문 열어주시고 문 닫아주시고, 친절하게 이야기도 해주시고 차도 편해서 좋아요.” 일곱 살 윤호가 말했다. 


삼남매는 올해 초 아버지의 전근으로 대전에서 장성으로 이사왔다. “집이랑 별로 안 먼 곳에 사창초등학교가 있긴 해요. 근데 플룻 때문에 동화초를 선택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플룻을 배웠다는 윤서가 말했다. 동화초는 방과후학교로 플룻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전문가 선생님으로부터 일대일 개인교습을 받을 수 있다.


어떻게 주소지와 가까운 큰 학교를 두고 멀리 있는 학교를 갈 수 있을까? 도교육청은 제한적공동학구제를 시행해 시나 읍에 사는 학생들이 주소를 옮기지 않고도 면 단위 학교를 선택해 입학 또는 전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큰 학교의 학급 과밀화를 줄이고, 작은 학교의 학생수 감소를 막는 대책이다. 이 제도는 작은 학교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윤서처럼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이나 학교 특색교육활동에 따라 학교를 골라온 학생이나 일부러 큰 학교가 아닌 작은 학교를 찾아 보내는 학부모가 있기 때문. 


“에듀택시 시행되기 전에도 일부러 작은 학교를 보내는 학부모님들은 저희랑 개별로 계약해서 아이들 등하교를 맡기기도 했어요. 한 달 택시비만도 만만치 않았죠. 저희야 좋지만 학부모 부담 생각하니까 맘이 편치만은 않았는데, 교육청에서 에듀택시 하니까 우리는 안정된 수입이 생겨서 좋고 학부모님 부담도 없으니까 맘도 편하죠.” 박선자 씨가 말했다.


전남 지역 작은 학교 중에서 방과후학교, 돌봄교실 등 특색있는 교육활동으로 학교 살리기에 힘을 싣는 곳들이 꽤 있다. 동화초도 마찬가지. 피아노, 바이올린, 클라리넷, 첼로 등 다양한 악기뿐만 아니라 골프 교실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동화초 골프교실은 골프 연습 공간과 시뮬레이터 시스템이 되어있어 인기다.


“공동학구제로 묶여서 가고 싶은 학교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해도 통학거리가 멀면 학부모로서는 현실적으로 부담스럽죠. 매일 해야 하니까요. 요새 학생 유치를 위해 주변 유치원들을 공략 중인데, 그런 점들을 가장 걱정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에듀택시가 있어서 염려하실 것 하나도 없다고 열심히 홍보하고 있어요.” 동화초 박헌주 교장이 밝게 웃었다. 홍보는 꽤 ‘먹히는’ 듯하다. 학생 수가 조금씩 늘고 있기 때문. 박 교장은 내년에 또 두 명이 전학온다고 기뻐했다.


제한적 공동학구제, 작은 학교 특색교육활동 등 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한 도교육청의 다양한 노력들이 에듀택시를 타고 씽씽 달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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